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우리말과 우리 말
    테크니컬 라이팅 2015. 7. 15. 09:46

    "'지난 해'를 붙여써, 띄어써?"
    "붙여써."
    "한 단어라고?"
    "지난여름도 한 단어야."

    교열의 달인인 은휘 모친이 틀릴 리 없겠으나 못 미더워 사전을 찾아 봤다. 과연 그러하다.

    이것을 억지로 좋게 해석하자면 이와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Last year는 지난 여러 해들 가운데 마지막 해(작년)를 가리킨다. 그러나 "지난 해"는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불분명하다. 그러니 "지난해"라고 붙여씀으로서 하나의 명사를 만들고 그것이 작년을 의미하게 한다. 그럴 듯한 설명인가? 한국어 표현이 엄밀하지 못하여,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낱낱의 것을 가리키는 말들을 만들어낸다면 끝이 없을 것이다.

    합성어로 만듦으로써 특정한 것을 가리키게 하는 것은 한국어에서도 영어에서도 흔하다. email과 website를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나 "봄비"는 분명 남용이다.

    나는 "우리말"이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우리 말"은 (군대나 회사에서) 우리끼리의 은어나 용어를 가리킬 수 있는 반면, "우리말"은 명백히 한국어를 의미한다. 그런데 "봄비"가 가리키는 것이 "봄 비"가 가리키는 것과 다를 수 있나? 만약 이슬처럼 내리는 비라든가 차 한잔 마시는 동안 내리는 비 같은 유별난 것을 가리키는 것이라면 "봄비"라 하는 것이 옳겠다. 그러나 내가 알기로 "봄비"는 단지 봄에 내리는 비일 뿐이다.

    콘텍스트 의존적 언어인 한국어에서 표현의 적확성을 높이기 위한 방편으로 합성어를 남발하는 것은 전혀 소용없다. 달리 해석되지 않게 콘텍스트를 충분히 상술하는 것만이 내가 아는 그리고 신뢰하는 유일한 해법이다.

    '테크니컬 라이팅' 카테고리의 다른 글

    Appendices  (0) 2015.08.04
    Fads in tech writing  (0) 2015.07.22
    프로젝트와 프로세스  (0) 2015.06.24
    테크니컬 라이팅: 미터법  (0) 2015.06.23
    Hangang Rvier  (0) 2015.06.18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