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1
-
여성의 인류사적 패배에 대한 나의 가설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8. 1. 9. 21:54
그녀가 혼잣말 하듯이 내뱉었다. “맥주 마시고 싶다.” 현재 시각 23시. 못 들은 체했다. “맥주 마시고 싶어.” 난 자고 싶다. 저항할까 수 초 동안 고민하다가 곧 패딩을 걸쳤다. “감자칩도 사와.” 십수 년 동안 벌인 그녀와의 권력 쟁투에서 내가 패배했음을 시나브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신 안정과 평화가 집안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왜 나는 패배했을까? 지배권에 미련을 두고 있는 동안에는 나와 상대를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싸움이 끝나자 이제 그 까닭이 보인다. 수많은 조건들이 충족되어야 행복이 이루어지듯이, 한두 가지 우위에 있는 기술만으로는 싸움에서 승리를 차지할 수 없다. 그녀에게 승리를 안겨준 결정적인 특질은 지구력이다. 물리적 지구력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그녀는 내가 승복할 때까지 나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