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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를 더 잘하려면
    English 2016. 6. 21. 14:37

    오늘 아침 지하철 열차 안에서 내 앞에 선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이 영어 단어집을 들여다 보고 있다. admire, adorn, adult ... 알파벳 순서로 예문 없이 뜻만 나열되어 있다.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얘야, 너의 영어 능력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 터인데, 그것은 네가 우둔해서가 아니라 공부 방법이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아이의 영어 성적이 당분간 계속 좋아질지 모른다. 하지만 결국에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같게 될 것이다.

    그 아이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10년 전에 나의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무언가 실효있는 방법을 취해야겠다고 결심하던 때가 떠오른다.  나의 영어가 업무를 수행하기에 충분히 좋지 않음을 마지못해 인정했다. 대학 시절에 나는 영어를 제법 잘하는 축에 속했다. 원서로 진행되던 수업들에서 준비를 제대로 해오는 얼마 되지 않는 학생들 가운데 하나였다.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많은 친구들이 나의 해석을 복사했다. 그 경험이 내가 영어를 잘한다는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돌이켜 보니 학부 수업에서의 원서 강독이란 시시한 것이다. 두세 시간을 들여 서너 페이지를 미리 읽어가는 것이 전부였다. 듣기, 말하기, 쓰기는 전혀 할 수 없고, 사전에 의지하여 천천히 읽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영어 능력이었다. 

    영어를 더 잘하려면---"영어를 잘하려면"이란 제목은 어느 경우에도 타당하지 않다. "아무개가 영어 잘한다"할 때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 모르겠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원어민처럼 될 수 없다. 그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외국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김제동처럼 정확한 발음으로 빠르고 재치있게 말할 수 없다. 우리는 외국인들에게 그런 한국어 구사를 기대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원어민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다, 더욱이 한국에 살면서---방법을 선택하기 이전에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목적과 목표를 정해야 한다. 구체적인 이유 없이 영어가 그냥 좋다거나 언젠가 쓸모있으리라는 막연한 기대로 영어에 투자하는 것은 효과가 별로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간 낭비이다. 

    내가 일 년 동안 보는 영어 책이 한국어 책보다 적지 않다. 늘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좀 읽기 싫어도, 영어 책을 본다. 실제 영어가 내 업무에서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어 책을 한국어 책만큼 빨리 읽지 못한다. 그래서 때때로 그 시간에 읽을 수 있는 더 많은 좋은 한국어 책들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듣기와 말하기 능력의 향상을 위한 노력은 전혀 기울이지 않는다. 실제 쓸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내게 중요한 것은 빨리 읽고 정확하게 쓰는 것이다.

    영화 대본, CNN뉴스, 회화 학원, 토익 문제집 등 남들이 좋다 하는 여러 방법들을 시도했다. 모두 실패했는데, 오래지 않아 그 원인을 찾았다. 방향을 정하지 않은 탓도 있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한결같이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소설 읽기를 시도해 보기로 했다. 예상보다 고통스러웠다. 매 페이지마다 서른 번 이상 사전을 찾아야 했다. "이 단어를 쓸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방법이 적절한지 의심이 들었다.

    어떻든 그 의무로서 읽어야 하는 지루함의 추와 그 반대편에 있는 내용이 주는 즐거움의 추가 균형을 이루어 그럭저럭 계속 읽어나갔다. 대여섯 권을 마쳤을 때까지도 무엇 하나 나아졌다거나 더 빨리 읽게 되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열 권 넘게 보니까 조금 나아진 것 같았다. 다소 학술적인 서적을 읽기 시작했다. 뒤늦게 깨달은 것인데 다른 책들에 비해 소설이 대체로, 때때로 훨씬 더, 이해하기 어렵다. 이 노력의 보람일까, 한 소설에서 새로 배운 한 단어를 다른 소설에서 발견할 때 쾌감이 든다. 

    이 방법을 모든 이들에게 권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영어 회화가 더 중요한 사람에게도 읽기가 필요하며 예상보다 큰 도움이 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읽기에 능하다고 귀가 저절로 트이지는 않는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모두가 저마다 다른 공부를 요한다. 그런데 그 기반에는 읽기가 있어야 한다. 많은 어휘와 표현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내용으로부터 지식과 정보를 얻는다.

    그 학생에게로 다시 돌아가 보자. 단어집 암기가 도움이 되지 않는 까닭은 이러하다. 하나의 영어 단어는 여러 품사로 사용된다. 거의 모든 동사가 자동사로도 타동사로도 쓰인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아주 많은 단어들이 있다. 그것들이 어떤 경우에 어떤 식으로 쓰이고, 그 사이의 미묘한 차이가 뭔지 배우려면 단어가 아니라 문장을 익혀야 한다. 뜻만 익힌 단어들은 제대로 배치되기 어렵고 기껏해야 콩글리시이다.

    귀가 트였다고까지는 말할 수 없으나, 그래도 소소한 일상의 대화는 이제 알아들을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없었을 때에는, 영어로 말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비슷하게 유창하게 들렸다. 그런데 이제는 그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부적절하고 어눌하고 세련되지 않다는 것을 안다.

    지금도 뭔가를 읽거나 쓸 때 여전히 사전과 구글에 의지한다. 언젠가 술술 써나갈 수 있기를 바랬지만 이제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부끄러울 것 없다. 한국어로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로 사전과 구글에 의지한다.

    영어, 필요하면 필요한 만큼만 잘할 수 있도록 애쓰자. 그런데 자신이 어느 정도 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는가? 페이스북 댓글 달기에 충분한 정도에 만족한다면 더 힘쓸 필요없을 테고.

    고등학생 때, 아니 중학생 때부터 동화책 같은 쉬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많은 아이들이 성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켜하지 않을 것이다. 영어 잘하는 사람들 많은 것 같지만 정말 잘하는 사람은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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