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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것이 생물학이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7. 1. 17. 10:45


    이제까지의 나의 독서 경험이 첫 문단을 읽는 것만으로 그 책을 제대로 판별하는 직관을 내게 길러 주었다. 온라인 서점에서 이 책의 첫 페이지를 읽었을 때, 이 책이 재미없으리라 짐작했다. 그래도 이 책이 명저라는 세평을 믿고 주문했다. 나의 짐작도, 세평도 틀리지 않다. 재미없는 명저이다. 


    재미없는 이유는 명작인 이유와 동일하다. 에른스트 마이어가 (생물들에 대한 호기심을 가볍게 풀기를 기대하는) 일반 대중을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마이어가 기대한 독자들은 다른 생물학자들, 다른 과학자들, 특히 물리학자들, 그리고 철학자들이다.


    그의 메시지는 이러하다. 물리학이 과학의 전부가 아니다. 단순한 원리로 환원하여 만물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물리학적 기대이다. 분자 수준에서는 물리학적 설명이 타당하지만 보다 높은 차원으로 올라갈수록 생명 현상은 복잡해지고 예측 불가능하다. 토마스 쿤에 대한 그의 비판이 흥미롭다. 마치 "당신은 아무 것도 몰라"라고 말하는 듯하다. 나도 "과학 혁명의 구조"를 읽을 때 그럴듯하지 않다 생각했다.


    결국 절반까지 읽고 이 책을 접었지만, 이 책이 읽어볼 만한 가치를 충분히 갖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의 메시지를 역사학에 적용할 수 있다. 역사가 반복된다거나, 꾸준히 진보한다거나, 오늘 이곳의 상황이 과거 저곳의 상황과 유사하다는 따위의 관념을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다. 그것은 물리학자들이 추구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역사는 신의 뜻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물리 법칙에 의한 것처럼 예측되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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