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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어로 강의하는 전공 과목
    English 2017. 12. 17. 22:32

    전공 과목들 중 영어로 강의해야 하는 대여섯 과목을 학부에서 개설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정부가 대학을 평가하는 기준들 가운데 하나일 테고, 그에 따라 지원금이 달라질 것이다. 이것은 내게 몇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한다. 

    영어에 능하지 못하나 마지못해 맡는 선생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것이 무엇일까? 압박하면 선생들도, 학생들도 영어에 매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그래서 모두의 영어 능력이 크게 향상되리라고 보는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다른 무엇보다도 조건을 두지 않고 돈을 나눠주는 것이 썩 내키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주대 중증외상센터의 이국종 교수에 따르면, 엑스레이 촬영이 환자를 진단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그것을 과잉 진료로 간주하여 그 비용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한다. 의사가 수퍼맨의 투시 능력을 갖지 않는 한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엄청난 적자를 면할 수 없다. 과잉 진료라 볼 수 있는 것들이 병의 악화와 그에 따른 훨씬 더 많은 치료비를 예방할 수 있음을 나는 개인적으로 경험했다. 주진형은 정부 관리들이 돈줄을 쥐고 군림한다고 비난한다. 왜 노인들의 호주머니에, 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의 통장에 현찰을 꽂아주지 못하는가? 주진형은 그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이재명 성남 시장도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돈을 차별적으로 분배하는 방법이 기대한 만큼의 실효를 거두고 있는가? 나는 학교에서 정한 것 이상으로 토익 점수를 획득해야 졸업할 수 있는 첫 세대였다. 4학년 1학기에 그 점수를 획득한 학생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사실 3학년을 마칠 때까지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것을 의식조차 하지 않았다. 나의 학교는 2학기에 기준 점수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 나는 그 시험을 요행으로 통과했다. 영어 실력이 변변치 않는데다, 전날 여자친구와 늦게까지 마신 술이 깨지 않아 도저히 시험을 제대로 치룰 수 없었다. 한 친구가 조언한 대로 나는 모든 LC 문항들의 답을 B로 찍었고 그리하여  번 시간을 RC 문항들을  푸는 데에 사용했다. 

    영어에 능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대화가 바로잡힐 기회없이 지속된다면 어색한 표현을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오인하게 될 것이다. 일전에 여행에 필요한 표현을 익혀볼 요량으로 앱을 하나 찾아 설치했다. "When is the departure time?" 이 표현이 제시되었을 때 좀 거북했다. englishforums.com 같은 사이트를 뒤져 그 문제에 대한 몇몇 이들의 의견들을 읽어보았다. 원어민들은 "틀렸다"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라고 점잖게 얘기한다. 나는 그 앱을 삭제했다. Konglish가 심각한 문제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Long time no see가 중국어 표현에서 온 것이라 하듯이. 그래도 formal한 영어를 사용해야 할 때가 있으니 그런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한국인들은 영어 공부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한국을 여행하는 외국인들이 일본을 여행할 때보다 그래서 좀 더 편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을 여행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외국인들에게 길을 안내하고 음식과 물건을 파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의사소통이 요구되는 일들이 많다. 나는 한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외국인들과 의견과 정보를 교환해야 하는 많은 경우들을 목격했다. 각종 인증사, 개발 대행사, 라이브러리 제공사, 고객사 등.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그 경우들과 상대 국가들이 매우 다양했다. 그런데 높은 수준에서 영어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PM들이 거들었다. Project Manager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메신저에 가까웠다. 기술적 문제를 독자적으로 다룰 수 있을 만큼 소프트웨어 지식을 갖고 있는 PM들은 전혀 없었다. 그것이 당연한가?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이 영어를 못하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영어로 진행하는 전공 과목"으로부터 내가 가장 먼저 연상한 것은 기업들의 구인 광고이다. 기업들은 아무도 갖추지 못했을 것 같은 조건들을 내건다. 10여년 전에 "한 명의 천재가 천 명을 먹여살린다"는 말이 회자되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그런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레오나르도 다 빈치나 홍대용 같은 사람을 구하면 모든 문제가 그에 의해 해결되리라 믿는가 보다. 그런 시대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런 초인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설령 그런 천재들이 계속 나온다 해도, 왜 보통 사람들을 더 훌륭한 사람들로 만들려 시도하지 않는가? "회사는 학교가 아니에요. 회사가 가르쳐 주길 기대하지 말아요." 내가 몸담았던 회사들 가운데 한 곳의 대표가 한 말이다. 회사가 모든 것을 가르쳐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신입 직원들에게는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회사 밖에서 좋은 교육 과정이나 훌륭한 강사들을 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외부 강연들 중에 쓸모없는 것보다는 유익한 것들이 내게는 더 많았다. 그런 시도를 하지 않는 이유는 "사원들 각자가 스스로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믿음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절대로 그렇게 될 수 없다. 상식 아닌가? 또 다른 이유는 그 회사가 신입 직원들에게 그다지 가르칠 만한 것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나의 동료가 나와 비슷한 능력을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 영어, 레이텍, 일러스트레이터 사용 등 모든 면에서 나와 엇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다면, 나를 대체할 수 있으니까 그를 믿고 홀가분하게 휴가를 보낼 수는 있겠지만,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나와 그는 서로에게 그다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홍대용적 인재상을 유지하는 한 조직은 팀웍에 의한 시너지 효과로 시선을 돌리지 못할 것이다.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수학을 못하면 서울대학에 들어갈 수 없다. 나의 캐나다인 친구가 그러했다. 하지만 그 친구는 토론토 대학을 나왔다. 우리의 문화는 원석을 가리려고만 할뿐 다듬으려 하지 않는다. 겨우 몇 개의 좋은 원석을 가리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에너지를 쏟고 나머지는 모두 내버리다시피 한다. 

    영어로 강의하는 전공 과목, 하겠다는 선생이 있으면 맡기고 원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듣게 하라. 영어 잘하는 프로그래머를 우리는 절실히 원하니까. 하버드대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나의 고고학 선생님이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 러시아어 능력이 너희들 영어보다 나아." 거기에 덧붙여 그가 말한 것은 노력의 가치에 대한 흔해빠진 훈계가 아니었다. 하버드대에서는 언어 과목의 학점이 1학점에 불과하지만 수업이 매일 있단다. 그래서 한 학기를 마쳤을 때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를 억지로 만들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자들이 돈을 바라고 공부하나? 그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게 하라. A short history of nearly everything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금성과의 무언가를 측량하면 태양과 지구 사이의 거리를 구할 수 있다. 정확한 거리를 구하려면 지구 각지에서, 심지어 영국의 정반대편인 남태평양에서도 측량해야 했다. 왕립무슨학회는 이를 위해 남태평양에 측량선을 보낸다. 그것이 1772년쯤이다. 정조가 왕위를 계승하기 직전이다.

    홍대용적 인재상을 버려라! 그것은 우리가 갖고 있는 여러 근시안 중 하나에 불과하다. 나는 나대로 한 분야의 권위자가 되면서 동시에 동료들로부터 배워 전에 갖지 못한 여러 기술을 갖게 되는 것. 이상적이지 않은가? 물론 딱 맞아떨어지는 조합이 현실적으로 쉽게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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