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성과 이름을 붙여 쓸 이유가 없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6. 14. 10:36

    한글 맞춤법 제48항에 따르면, 성과 이름은 붙여 쓰되, 성과 이름을 분명히 구분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는 띄어 쓸 수 있다.

    남궁억 / 남궁 억

    이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답변 중 이런 것이 있다.

    "... 성과 이름을 띄어 쓰게 게 합리적이긴 하지만, 한자 문화권에 속하는 나라들에서는 성명을 붙여 쓰는 것이 통례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붙여 쓰는 게 관용 형식이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의 성은 ... 거의 모두 한 음절로 되어 있어서 보통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지 않는다..."

    성과 이름을 붙여 쓰는 근거로 한자 문화권을 운운하는 것이 의미있는지 모르겠다. 몽골, 중국, 한국, 일본, 베트남, 말레이시아가 한자 문화권에 속한다고 하지만, 몽골은 키릴을, 베트남은 로마자를, 말레이시아는 로마자와 아랍 문자를 현재 사용하고 있다. 우리도 한자를 이제는 좀처럼 사용하지 않는다. 게다가 성명을 붙여 쓰는 것이 중국어에 (일본어에도) 띄어쓰기가 없기 때문이지 그것을 한자 문화권의 통례라고 하는 것은 좀 궁색하다.

    내가 어렸을 때는 성명을 띄어 썼다. (정확히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한글 맞춤법이 바뀌면서 사람들이 새 규정을 따른 것이니 그것을 관용 형식이라 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분명 우리는 글에서 한 음절로 된 단어를 연달아 사용하는 것을 기피한다. 그것들 사이에 공백들 때문에 글줄이 성기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음절로 되어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은 터무니없다. 

    한국에 얼마나 많은 성이 있을까? 이삼백에 불과할 것 같은데, "부", "상", "범", "어금" 등 들어본 적 없는 성씨들이 의외로 많다. 그런 희귀한 성씨들은 근대에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가져온 것이 아닐까 싶다. 201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성씨의 수가 무려 5500이 넘는다. 그 중 한자를 사용하지 않는 성씨가 4000 여개이다. 최근 이삼십 년 사이에 많은 외국인들이 귀화했고, 그들이 자신들의 성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나중에 많은 사람들이 성본창설 절차를 거쳐 우리식 이름으로 바꾼다고 하는데, 귀화할 때는 원래 성을 사용해야 하는가 보다.) "부티탄흐투옌" 씨의 성은 무엇이고 이름은 무엇일까?

    애당초 성과 이름을 붙여 쓰는 이유가 합리적이지 않았다. 이제 그것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Aston Martin DB5  (0) 2021.09.30
    Mareta  (0) 2021.09.30
    책 값에 대하여  (0) 2021.06.08
    소설 파친코를 읽고: 집단주의에 대하여  (0) 2021.06.04
    소설 파친코를 읽고: 정체성에 대하여  (0) 2021.06.02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