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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9.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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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가가 자신이 쓴 글을 내게 읽어달라 한 적이 별로 없다. 내가 읽어본 얼마 되지 않은 그녀의 글들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그녀는 작가 지망생이었고, 신춘문예에 투고했었고, 적지 않은 평론을 썼고, 심지어 글쓰기 강연도 여러 차례 했었지만, 그녀가 글쓰기에 능하다거나 훌륭한 작가가 되리라 생각하게 할 증거를 나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를 두어 장(章) 읽은 뒤에 감탄했고 내가 그녀를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테크니컬 라이터는 작가보다는 기술자에 가깝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 대해 한 사람의 독자로서 말하려 한다.
    글은 재미있어야 한다. 재미없는 글을 무덤덤하게 또는 인내하며 끝까지 읽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든, 나는 관심 없다. 다섯 쪽을 넘기기 전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나는 그 책을 재활용 바구니에 곧장 던져버린다. '잘못 골랐군.' 예상과 달리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가 재미있다. 독자에게 내내 흥미를 일으키는 글을 쓰는 것은 어렵다.
    하나의 경험만으로는, 그것이 진기하다고 해도, 좋은 글의 충분 조건이 될 수 없다. 이러저러한 사실들과 경험들이 자연스럽게, 억지스럽지 않게 엮이어야 한다. 결말에 이르기 전에 독자들이 그 이야기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려는지 어렴풋하게나마 짐작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락 또는 그 문장이 독자의 기대와 일치해야 한다. 독자의 예상과 다르게 끝난다면, 그들은 속으로 이렇게 말할 것이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거야?"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의 각 장이 흥미, 이야기, 메시지를 제대로 갖췄다. 이런 책은 드물다. 
    아쉽게도 기술적인 오류가 적지 않다. 민수사는 4층이 아니라 5층에 있고, 봉수아는 우리집에서 왕복 300 킬로미터가 아니라 740 킬로미터 떨어져 있고, 노획을 원활히 할 목적으로 해저 터널이 건설된 것이 아니고, 처제네가 묵은 곳은 콘도가 아니라 펜션이며, 봉수아는 15 평이 아니라 13 평이고, 통영 도서관 옆에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중고등학교가 있다. 모든 수치와 명칭에 틀림이 없다면 좋겠지만, 그런 오류는 떼어내기 힘든 그녀의 일부이다.
    거짓에 가까운 대목도 있다. 190 페이지에서, "주방을 치우지 않고 밥을 해 먹어도 된다." 그녀는 주방을 치울 필요가 없다. 내가 있으니까.

     * * *

    많은 사람들이 이 대목을 좋아하는가 보다.

    행복한 것보다 좋은 게 좋다. 행복은 부담스럽다. 행복하면 그 행복을 지켜야 하고, 지키지 못하면 불행해질 것 같아 불안해진다. 좋은 건 감당이 된다. 좋으면 좋아서 좋다 말하고 좋다 말하면 더 좋아진다. 그래서 행복할 때보다 좋을 때 더 잘 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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