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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엇이 파도를 일으키는가?
    과학적이거나 기술적인 2018. 9. 3. 10:15

    외옹치 바다향기로를 향해 해변을 따라 걷고 있을 때 즐겁게 물놀이를 하고 있는 열 명 가량의 군인들을 발견했다. 바다향기로를 돌아 그들을 다시 보기까지 한 시간 남짓 걸렸을까? 그들 중 세 사람이 해변에서 백 미터 가량 떨어져 있었다. 그 사이에 파도가 조금 더 높아졌지만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이따금 소리치는 말을 나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아내는 모래밭에 있는 다른 군인들의 긴장한 모습에서 그들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음을 알아차렸다. 몇몇은 분주히 움직였다. 한 사람이 물에서 나와 구명조끼를 입었다. 그가 튜브를 갖고 다시 물에 뛰어들었지만 아주 더디게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KOREA ARMY라 적힌 셔츠를 입은 건장한 사람이 어디에선가 달려와서 다른 군인들에게 짧게 역정을 내고 전화기를 꺼내들었다. "10번이요"라는 말이 들렸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을 보니 "10"이라 적힌 기둥이 있었다. 약 이십 미터 간격으로 줄지어 선 기둥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 뒤에는 9번 기둥이 서 있다. 내 곁에 있던 임신부도 119와 통화하는 모양이다. 그녀가 "9번이요"라고 말한다.

    이삼 분쯤 흘렀을까? 두 대의 구명정이 나타났다. 앞선 구명정이 그들을 발견하자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다가갔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소리쳤다. "살려주세요!" 그의 외침을 듣고나서야 비로소 나는 이것이 가벼운 소동이 아님을 깨달았다. 바닷물에서는, 잠수가 오히려 어려울 만큼, 몸이 잘 뜬다. 내가 그 상황을 진지하게 보지 않은 까닭이다. 기운을 회복할 때까지 쉬었다가 나오면 되지 않나?

    해양 경찰이 그들을 데리고 물에서 나오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소동이 일어난 곳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지지 않은 물 위에서 젊은 두 여성이 높은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며 서핑보드에 앉아 있있다. 그들을 보자 문득 무엇이 파도를 일으키는지 의문이 들었다. 파도가 생기는 이유를 왜 이제까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니 바람, 지구의 자전, 달의 중력이 파도를 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바람이 약하거나 거의 없는 날에도 파도가 치니 바람의 역할은 미미한 게 아닐까? 물론 먼 바다에서 부는 바람이 일으킨 파도가 해변까지 올 수도 있겠지만.

    파도를 일으키는 또 다른 주요 원인은 해류이다. 해류는 열염분(thermohaline) 시스템에 의해 일어난다. 밀도가 높은 물은 가라앉고 밀도가 낮은 물은 뜨면서 대류가 일어난다. 물의 밀도를 결정짓는 것은 염도와 온도이다. 바람이 불면 물의 온도가 낮아지고 그래서 밀도가 높아진다.

    파도가 반복해서 모래밭으로 밀려 들어왔다 나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물결이 그저 위아래로 출렁이는 게 아닌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떠밀려 가듯 모래밭에서 쉽게 멀어진다. 되돌아가려 애쓰지만 계속 제자리에 머무는 것 같다. 왜 그럴까? 해류 현상으로 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먼 바다에서 바람에 의해 물이 차가워지면 가라앉는다. 바닥에서 차가운 물이 해변 쪽으로 흐르고,  해변에 접촉하면서 따듯해지며 상승한다. 수면의 물이 바다쪽으로 밀려가고 그 물에 사람이 딸려 간다.

    파도는 해류에 의해, 해류는 물의 밀도 차 때문에, 밀도 차는 온도 차 때문에 발생한다. 결국 파도도 태양이 만들어낸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남풍이 불면 물이 차고, 북풍이 불면 물이 따뜻해." 오래 전에 놀러간 작은 어촌에서 어느 할머니가 내게 그렇게 말했다.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것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코리올리 효과에 의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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