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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4. 21. 12:29

    지난 가을인가, 봄날의책방을 예고 없이 방문한 지인들이 묵을 곳이 없어서 우리의 봉평아파트를 빌릴 수 있는지 대표가 서로의 지인을 통해 아내에게 물었다. 비어있는 집이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 손님들이 감사의 인사로 봄날의책방에서 산 책 몇 권을 남겨두었다.

    아내가 일하는 출판사에서는 새 책이 나올 때마다 다른 팀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아내가 두어 달에 한 번씩 가져오는 책들이 쌓여 두 벽면을 가득 채웠다. 아내가 책 몇 권을 챙겨서 그 손님들이 다녀간 두 주 뒤에 통영에 내려갔다. 봄날의책방을 찾아가 그 책을 선물했다. 초면이어서 나눌 얘기가 없었다. 인사를 하고 나오는데 그가 답례로 그림 엽서 두 장을 건넸다. 

    내가 그 그림들을 보며 아주 즐거워하자, 아내가 그 책방에 다시 들어가 "구멍가게, 오늘도 문 열었습니다"를 사 왔다. 누구의 작품인지 알고 있다니, 때때로 그녀의 넓은 예술적 식견과 소양에 감탄한다.

    작가 이미경은 전국을 돌며 구멍가게를 찾아 그린다. "구멍가게"는 한국 전쟁 이후에 도둑이 많아지자 구멍을 통해 거래한 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영어 dime store가 얼마나 "구멍가게"에 들어맞는 말인지 모르겠다.

    수채화처럼 보이는데 훨씬 더 세밀하고 정갈하다. 펜화란다. 모든 그림에서 따스함이 느껴진다. 실제는 누추할 것이다. 구멍가게들이 계속 사라지고 있으니 그녀가 찾지 못한 가게들이 얼마나 남아있으려나. 나는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왜 이 그림책에 매료되었을까? 이 그림들에서 40여 년 전의 서사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특이한 점은 거의 모든 구멍가게에 적어도 한 그루의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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