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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무와 탄소
    과학적이거나 기술적인 2021. 9. 16. 12:35

    나무 부스러기 따위를 파쇄하고 건조하고 압축하여 만든 연료를 목재 펠릿이라고 한단다. 한 환경운동가가 라디오에서 그와 관련하여 산림청을 비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녀의 주장이 그럴 듯했다.

    1) 나무를 베는 것부터 운반하고 펠렛을 만들기까지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비되며 그것이 곧 탄소 배출를 의미한다.
    2) 펠릿을 사용한 발전이 화석 연료를 사용한 발전보다 이산화탄소를 덜 발생시킨다고 볼 수 없고, 같은 무게의 화석 연료보다 적은 열량을 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다.

    나중에 환경과 에너지에 종사하는 지인으로부터 이에 대한 반박을 들었는데, 그의 설명이 더 그럴 듯했다. 뭐든 양쪽의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

    나무와 석탄 사이에는, 둘 다 탄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주 중요한 차이가 있다. 인간이 캐내기 전까지 석탄의 탄소는 수억 년 동안 땅 속에 묻혀 있었다. 대기 중의 탄소는 끊임없이 나무와 풀이 되었다가 다시 탄소로 바뀐다. 석탄과 석유는 썩지 않기 때문에 태우지 않으면 탄소가 탈출할 수 없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것은 새로운 탄소를 대기에 공급하는 것이다. 따라서 나무를 태우는 것은 탄소 배출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산림청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화석 연료는 탄소 이외에 다른 유해 물질도 많이 배출한다.

    그렇다면 나무를 베지 않고, 오히려 나무를 많이 심을수록 더 좋은 것이 아닌가? 그렇다. 하지만 나무도 언젠가는 죽는다. 더 좋은 방법은 죽은 나무가 썩지 않게 그래서 탄소를 계속 붙들어두는 것이다.

    이 사실을 배우기 전부터 나는 나무 수저를, 낭만적이라 여기어, 사용했다.  이제부터는 가급적, 다소 더 비싸겠지만, 나무로 된 것들을 써야겠다. 쿠팡에서 찾아보니 이쁜 나무 찬합들이 많다.

    화석 연료에서 만들어진 플라스틱들은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는 이미 많은 플라스틱을 먹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무 제품은 재활용할 수 없지만, 죄의식 없이 아무데나 버릴 수 있다, 썩으니까.

    가장 이상적인 것은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다. 나무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상상해 보라. 나무로 만든 물병, 나무로 만든 컴퓨터, 나무로 만든 집. 얼마나 많은 탄소들이 우리가 머무르는 곳에, 사용하는 것들에 붙들려 있을지.

    주걱이나 뒤지개 같은 쉬운 물건부터 바꾸어 보기를.

    언제 어떤 나무들을 베어내고 어디에 무슨 나무들을 심을지 ... 산림청이 현명하게 판단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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