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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디자인, 그래픽 디자인, 시각 디자인이 모두 같은 범주의 일로 간주되는 것 같다. 하지만 리플렛이나 브로셔를 만드는 일은 책을 만드는 일과 크게 다를 것 같다. 웹 페이지를 만드는 것과도 당연히 다르다. 사용하는 도구와 요구되는 기술이 서로 얼마나 겹칠지, 얼마나 다를지 모르겠지만, 내 경험에 리플렛도 잘 만들고 문서도 잘 만드는 디자이너는 거의 보지 못했다. 그래서, 책을 만드는 일에서도 표지를 디자인하는 것이 본문을 만드는 일과 전혀 다르다. 내가 알기로, 많은 출판사들이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에게 표지 디자인을 맡긴다.
출판 디자인에서 디자이너의 역할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 것이 가능한데, 하나는 서식들을 디자인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들어진 서식들을 내용에 적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레이텍 사용자들이 후자에 속한다.
그런데 나는,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의미 중에서 후자에 더 가까운 관점에서, "편집 디자인"이란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말에서 "디자인"을 떼어내면 "편집"은 내용을 다듬는 것, 주로 교열과 교정을 의미한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는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획자 또는 교열자를 의미한다. 우리는 "편집"이 "이쁘게 꾸민다"는 뜻도 다소 내포하고 있다고 보지만, 영어 "edit"에는 그런 의미가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가 "편집 디자이너"라고 일컫는 사람들을 영어권에서는 뭐라 부를까? 위키백과에 따르면 "DTP artist" 또는 "artworker"라고 하는가 보다. 위키백과에 등재된 것이 대중적인 명칭이라는 보장은 없다. 공식적이거나 학술적인 용어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DTP artist"보다는 "artworker"가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은데, 그 말이 우리의 "편집 디자이너"에 얼마나 딱 떨어지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화제를 내 일로 돌리자면, 매뉴얼은 일반 서적보다 이뻐 보이게 만들기가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매우 다양한 장치들이 쓰이기 때문이다. 많은 삽화, 표, 상자 등. 특히 목록이 많이 쓰인다. 한 마을을 상상해 보라. 아름다운 마을은 집들이 소재에서나 형태에서나 통일되어 있다. 집들이 저마다 다른 소재와 색상과 형태로 세워져 있다면 그 마을은 절대로 단정해 보이지 않는다.
최선은 각 서식들을 최대한 서로 유사하게, 그리고 단순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내게는, 테크니컬 라이터로서, 양보하기 어려운 경계선이 있다. 나는 각 정보 덩어리를 그것의 성격에 따라 가장 적합한 서식에 할당한다. 목록은 표로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단지 더 깔끔해 보인다는 이유로 목록을 표로 만들라는 요구에는 강하게 저항 ... 하고 싶지만, 고객이 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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