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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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와 도비 (とびしょく)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11. 23. 16:30
"공부"가 한자로 工夫이다. 이것은 人力처럼 쪼개서 해석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그래서, 工夫가 원래 무엇을 가리켰는지, 그것이 어떻게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힘"이란 뜻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겠으나, 공부를 나타내기 위해 工夫라 표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국어나 일본어 사전에 또는 번역기에 "공부"를 입력하면 学习와 勉强가 나온다. 그러니까 工夫는 우리만 쓰는 말이다. 오늘 고객사와의 화상 회의 중에 "도비 업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도비"가 한자어인지 영어인지 모르겠으나 대화의 맥락에서 무엇을 가리키는지 짐작했다. 웹을 뒤져보니 흔한 용어이다. 도비는 とびしょく에서 온 말인데, 일본어 사전은 건축 공사에서 높은 곳에서 일하는 사람, 또는 간단히 "비계공"이라 풀이한다. 도비가 위험하거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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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ntaloons와 판탈롱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11. 3. 08:59
"판탈롱"으로 이미지 검색을 하면 구글이 나팔 바지나 그와 유사한 여성 바지들을 보여주는 반면, "pantaloons"를 검색하면 무릎까지 오고 헐렁한 여성 속바지들이 나타난다. Pantaloon은 Pantalone의 영어 표기인데, 판탈로네는 16 세기에 이태리 희극에 등장하는 유명한 인물 중 하나라고 한다. 그가 입었던 꼭 끼는 바지가 그와 유사한 바지들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어 온 모양이다. 니커보커의 대척점에 있는 게 판탈롱이 아닌가 싶다. 니커보커가 편한 작업복이라면, 판탈롱은 점잖은 정장이거나 그에 가까운 옷이라고 볼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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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열가로서 챗지피티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10. 30. 16:44
한 지인이 말하길, 그의 동생이 영어 번역사인데 챗지피티 때문에 일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여기에서 일은 "번역"이 아니라 "교열"을 말한다. 흔히 review라고 하지만, 교열에 가장 근접한 말은 edit이다. 많은 경우에 번역된 문서들을 다른 번역사들이 절반의 비용으로 교열한다. 번역 회사가 15만 원을 청구했다면, 10만 원이 번역비이고, 5만 원이 교열비라는 뜻이다. 챗지피티가 제대로 교열한다면 번역 회사는 33 퍼센트의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 문장씩 챗지피티에게 고쳐달라고 할 수는 없을 테고, 아마도 챗지피티가 제공하는 API를 사용해야 할 터인데, 그 방법은 모르겠으나, 내가 기대하는 스타일을 설정할 수 있다면, 챗지피티가 꽤 신뢰할 만한 교열가가 될 듯하다. 매번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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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Code Pro 폰트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10. 26. 10:17
VS Code에 폰트를 이렇게 사용하도록 설정했다. Consolas, D2Coding, "Noto Sans Mono CJK KR", "Noto Sans Symbols" Consolas가 십 년 넘게 사용할 만큼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노안이 되고 보니, "눈이 침침하다"는 표현이 어떤 것인지 알겠다. 다초점 안경이 모니터를 보거나 책을 읽는 데에 충분하지 않다. 아무튼 Consolas보다 더 굵은 모노스페이스 폰트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몇몇 폰트를 시도한 끝에 Source Code Pro를 쓰기로 결정했다. 코딩을 할 때에는 어두운 배경이 좋지만, 글을 쓸 때에는 그렇지 않다. VS Code의 컬러 테마를 Quiet Light로 바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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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샵에서 생성형 채우기 기능 사용하기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10. 25. 15:16
어느 업데이트에서 추가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포토샵에서 다음과 같은 바가 보인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워터마크 영역을 선택하고 생성형 채우기 버튼을 클릭한다. 아무것도 입력하지 않으면, 선택된 영역을 주위와 비슷하게 만들어준단다. 생성을 클릭한다. shutterstock 워터마크가 사라졌다. 놀랍다! "표범"을 입력하면 어떻게 될까? 표범을 넣어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화살표 버튼을 클릭하여 다른 표범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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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커보커(knickerbockers)와 각반(spats)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10. 24. 13:46
이차대전 시기에 독일군 장교들이 신은 긴 부츠를 처음 보았을 때, 바짓단을 부츠 안에 집어넣는 것이 불편하지 않을지, 종아리가 갑갑하지 않을지 궁금했다. 실은 대개 종아리 부위가 좁거나 아예 없는, 일종의 니커보커 바지를 입었던 모양이다. 뉴욕에 이주한 네덜란드인들이 입은 것에서 유래한 니커보커는 무릎 아래까지 오는 헐렁한 반바지이다. 그와 같은 형태의 바지가 오래 동안 많은 지역에서 애용되지 않았나 싶다. 한복 바지는 짧지 않지만, 각반을 두르면 크게 다르지 않다. 니커보커 아래에는 스타킹이나 긴 부츠를 신는다. 니커보커는 20 세기 초까지 미국에서 십대 소년들이 여름에 입는 옷이었다고 한다. 내가 선선한 날에 오부 레깅스를 입고 산에 오르는 것과 비슷한 이유로, 니커보커가 여러모로 활동하기에 편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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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9. 19. 16:57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2541584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24945352 이 작가가 자신이 쓴 글을 내게 읽어달라 한 적이 별로 없다. 내가 읽어본 얼마 되지 않은 그녀의 글들은 이해하기 어려웠고, 그래서 지루하고 재미없었다. 그녀는 작가 지망생이었고, 신춘문예에 투고했었고, 적지 않은 평론을 썼고, 심지어 글쓰기 강연도 여러 차례 했었지만, 그녀가 글쓰기에 능하다거나 훌륭한 작가가 되리라 생각하게 할 증거를 나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의 손이 내게 말했다"를 두어 장(章) 읽은 뒤에 감탄했고 내가 그녀를 과소평가했음을 깨달았다. 테크니컬 라이터는 작가보다는 기술자에 가깝다. 그래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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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celium Running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8. 24. 15:44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Fantastic Fungi)"이 말미에 소개한 책 Mycelium Running을 구해 읽었다. 부제가 How Muchrooms Can Help Save the World이다. 과장이 아니다. 버섯들은 토양을 오염시킨 중금속을 포집할 수 있고, 가축의 분뇨로 더러워진 물을 정화할 수 있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흙길을 숲으로 복원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버섯을 이용하는 것이다. 버섯을, 비닐 대신, 뿌리덮개(mulch)로 이용할 수 있고, 그 경우에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가둬둘 수 있다. 죽은 동물과 식물은 대부분, 박테리아보다는, 균사체에 의해 분해된다. 석탄의 대부분이 3.59억 년 전과 2.99억년 전 사이에 만들어졌는데, 그래서 이 시기를 석탄기라고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