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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기점과 나들목테크니컬 라이팅 2025. 12. 31. 16:45
"IC가 아니라 JC라 하니 아무개가 화났다"JC를 "분기점", IC를 "나들목"이라고 한다. JC가 junction을, IC가 interchange를 줄인 말이다. 제미나이와 챗지피티에 따르면, junction이 intersection과 interchange를 아우르는 가장 일반적인 말이다. 그러니까 그것들 모두 둘 이상의 도로가 만나는 지점, 가장 일반적인 말로 옮기자면 교차로이다.intersection은 평면 교차로를 의미한다. 회전 교차로와 로터리가 이에 포함된다. interchange는 경사로가 있어 한 도로가 다른 도로의 위나 아래로 접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분기점과 나들목 모두 고속도로와 연관지어 생각한다. 분기점을 같은 수준의 도로, 즉 한 고속도로에서 다른 고속도로로 갈아탈 수 있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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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Thin Air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2. 29. 14:44
에베레스트 정상 언저리에서 한 사람이 산소 부족으로 죽어가고 있을 때, 그 위로 한 무리의 기러기들이 날아가고 있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어낼까? 새들은, 여러 개의 기낭(air sacs)과 기공(pneumatized bone) 덕분에, 숨을 내쉴 때조차 숨을 들이마신다.저자인 Peter Ward는 산소 농도(oxygen level)가 진화의 주요 동인이라고 주장한다. 산소 농도가 떨어지면 다양한 호흡기들이 출현한다. 그것들은 몸의 형태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를테면 (몸 아래가 아니라) 옆으로 뻗은 다리를 갖고 있는 악어들이나 도마뱀들은 걸을 때 몸통이 좌우로 휘어지면서 폐를 압박하기 때문에 숨을 쉴 수가 없다. (내가 물가에서 기습을 받지 않는 한, 악어가 나를 쫓아와 물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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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SLT에 대하여TeX과 친구들 2025. 12. 18. 12:03
누군가 XSL를 언급한다면 그가 의미하는 것이 십중팔구 XSLT일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에 비해 장황해 보이는 구문이 거북함을 일으킨다. 레이텍과 파이선의 순차적 처리에 익숙한 나에게, XSL 파일에 선언된 여러 템플릿들이 순차적으로 처리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가장 난해했다. 일 년 넘게, "찍기" 방법론을 사용하여, XSLT를 붙잡고 있다 보니, 템플릿과 다른 기본적인 요소들의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좋은 선생이 서너 시간 할애하여 기반 이론을 가르쳐주었다면 훨씬 더 빨리 익혔을 것이다. 항상 조급증이 문제다. XML의 특성에 대한 이해 없이, 당장 무언가 돌려서 결과를 보고자 하는 것이 오히려 성장을 더디게 한다.엑셀 시트를 XML로 바꾸어야 할 일이 종종 있어서 파이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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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테크니컬 라이팅이란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2. 16. 18:31
테크니컬 라이팅이라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을 때, 이 일이 유망한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생각할 계제가 아니었다. 생계를 위해 했다. 앞으로도 사정이 바뀌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직이 가능한 나이에서 벗어나 있었다. 젊었더라도 다른 기회를 찾기가 어려웠을 것이다.나는 내가 첫 세대의 테크니컬 라이터였다고 생각한다. 일을 가르쳐줄 사람이 없었고, 여전히 외주로서 제공되는 서비스이다 보니 큰 조직에서 일할 기회도 갖지 못했다. 내게 다른 지혜를 나눠줄 선배나 상사를 갖지 못했었다는 점이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테크니컬 라이팅을 수행하는 데에 필요한, 어느 분야에서나 오래 일한 사람이 쌓을 수 있는 정도의, 적지 않은 기술과 지식을 축적했지만, 나로부터 그것들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다. 나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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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CD란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1. 13. 11:04
"어린 왕자"에 어진 여우가 등장한다. 내 생활은 너무 단조롭지.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고. 닭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이면 내 생활은 햇빛처럼 눈부시게 될 거야. 네 발 소리는 다른 발 소리와 완전히 다르게 들리고, 난 그걸 구별할 수 있게 돼. 다른 사람의 발 소리를 들으면 나는 땅 속에 숨지. 그러나 네 발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전혀 소용이 없어. 그래서 밀밭을 봐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건 슬픈 일이야! 네 머리칼은 금빛이지.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이면 정말 놀라운 일이 생기게 돼. 금빛 밀밭을 보면, 네가 생각날 거야. 나는 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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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아름다움이란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1. 11. 16:51
이 글이 "나에게" 시리즈(https://hoze.tistory.com/2273, https://hoze.tistory.com/2274)의 마지막이다. 나는 화려한 것들보다 깔끔한 것들을 좋아한다. 연장 따위를 고를 때 응용 범위, 사용 빈도, 내구성 등이 우선 고려 사항이다. 디자인은 실용주의자에게 가장 덜 중요한 요소이다. 쓸모가 전혀 없는 나침반이나 유리 구슬을 고를 때에 비로소 미학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된다.나의 이런 실용주의적 성향 때문에 나는 오래 동안 스스로를 미니멀리스트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게 내가 나의, 분명하지 않은, 미적 기준에 집착하고 있음을 최근에 깨달았다. 스크립트를 작성할 때 나는 변수나 함수 이름을 허투루 짓지 않는다. 이름이 유의미해야, 가급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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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기타란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1. 11. 12:15
백 여사가 고맙게도 십이 년 전에 내게서 사간 기타를 돌려주었다. 흠집이 여럿 생긴 점을 제외하면 상태가 양호하여 기쁘다. 내가 기타를 잘 치게 되지 않을 것을 잘 안다. 고등학생 시절에 기타를 처음 접했다. 나의 기타 실력은 그 뒤로 좀처럼 늘지 않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박치이기 때문이다. 박치인 까닭은, 음악적 재능을 차치하고, 아마도 음악을 즐겨 듣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여느 사람들에 비해 내가 음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불혹을 넘겨 깨달았다.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 기타에 능숙해질 리가 있겠나? 백 여사에게 기타를 넘긴 것이 그 즈음이다.얼마 전에 불현듯 그 기타가 그리워졌다.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 매우 적다는 것과 무관하게, 나는 클래식 기타의 소리를 사랑한다. 몇 달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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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명령행이란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1. 6. 18:22
자신을 소재나 주제로 삼은 글이 촌스럽기 마련이지만, 나의 경험에 대한 언급 없이 명령행 사용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설파하기 어렵겠다. 지난 이삼 년 동안 나의 젊은 동료들에게, 여러 예시와 함께, 명령행의 사용을 통해 자질구레한 많은 문제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득하였지만, 그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명령행 창을 여는 시도라도 한 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DOS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는 세대라거나, 낯선 것을 막연히 어려워한다거나, 지적 호기심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정도로 그들을 이해하려 했지만,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기대를 접기로 했다. 어떤 인물도, 어떤 상황도 한두 가지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내가 늙었고, 그래서 나를 이제 더욱 객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