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에 다닐 때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읽었다. 제목만큼 멋지지 않아서 실망했다.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주장인지 불분명해 보였다. 그렇지만 한 가지 이야기가 매우 인상깊어서 지금까지도 흐릿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다.
근대에 들어 사회가 물질적으로 크게 발전하면서 사람들이 점차 더 강한 소유 의식을 갖고, 그와 더불어 have 동사를 점점 더 많이 쓴다고 한다. 정말일까?
지금에야 익숙하지만 "I have five people in my family" 같은 문장을 처음 봤을 때 매우 낯설고 어색했다. 내가 엄마를 갖고 있다니!
이 어법이 에리히 프롬이 걱정하듯 실제로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요즘에 많은 사람들이 명사형 서술어로 말을 끝내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상황이다, ~계획이다, ~예정이다, ~생각이다, ~실정이다 등등
왜 이런 표현을 쓸까?
어떤 책임을 피하기 위해 말을 애매모호하게 하는 게 아닐까?
또는 특수한 한 가지 경우의 사실을 일반화하여 자신의 주장을 극적으로 정당화하려는 게 아닐까?
어떻든 이런 표현들이 쓰인 문장에서 무엇이 주체이고 무엇이 객체이고 어떤 행위를 하는지 알아내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것이 일어난 일인지, 일어날 일인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 늘 일어나는 일인지도 분명히 가리가 어려울 때가 있다.
형용사형과 동사형 서술어로 말을 끝내는 습관을 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