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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개와 심도과학적이거나 기술적인 2020. 2. 19. 11:50
조리개가 활짝 열려있을 때 더 멀리에 있는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까닭을 이 그림들을 본 뒤에 비로소 이해했다...고 믿었는데, 여전히 알쏭달송하여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였다.
렌즈 앞에 피사체가 있다. 렌즈의 관점에서 피사체는 유리판처럼 겹쳐 세워진 연속된 평면들이다. 우리는 그것들 중 하나를 가장 선명하게 사진에 담고자 한다. 평면들에서 출발한 수많은 빛의 점들이 날아오면서 점점 커져 원이 된다. 이 원들이 렌즈를 통과하면서 급격히 작아진다. 우리가 의도한 평면(임계초점면, the plane of critical focus)에서 출발한 원들이 필름에 닿을 때 (또는 이미지 센서에 닿을 때) 충분히 작아져서 점들이 된다. 그 면보다 뒤에서 출발한 원들은 필름에 닿을 때 아직 충분히 작아지지 못했고, 그보다 앞에서 출발한 원들은 필름에 닿기 전에 점이 되었다가 도로 커진다. 하지만 그 원들이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크기보다 작다면 그것들이 모두 같은 정도로 선명하다고 느낄 것이다. 같은 정도로 인식되는 크기를 최소 착란원(circle of confusion), 그 구간을 심도(depth of field)라고 한단다.
조리개가 클수록 심도가 얕다고 하는데, 최소 착란원의 구간이 짧아지는 것을 말한다. 큰 조리개를 통과한 원은 작은 조리개를 통과한 원보다 커서 점이 되려면 더 멀리 날아야 한다. 하지만 렌즈에서 필름까지의 거리는 불변이다. 그러므로 최소 착란원의 구간에 들어가는 면들이 적어진다. 결과적으로 멀리 있는 피사체들이 흐릿해진다.
다시 말해, 조리개가 작으면 원들이 작아지는 기울기가 완만하고 그 구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져 많은 면들이 비슷한 크기의 점들로, 즉 비슷한 선명도로 필름에 도착한다. 반면 조리개가 크면 기울기가 급격하고 구간이 짧아져서 소수의 면들만 선명하게 필름에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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