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가장 많이 한 심부름이 무엇이었나요?" 이것이 CBS 라디오의 아침 프로그램이 정한 주제였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막걸리라고, 그 다음으로는 석유라고 했단다.
석유 (정확히 말해 등유). 아궁이 한 귀퉁이를 차지했던 곤로가 떠올랐다. 어렸을 때 이름이 좀 어색하다 생각했는데 오늘 사전을 찾아보니 일본에서 온 말이란다.
속이 비치지 않는 녹색 플라스틱 통이 있었다. 그 통을 들고 동네 석유집을 찾았다. 그 집은 매우 작았다. 가정집 창고에 드럼통 하나를 갖다 놓은 것이 전부였다.
"두 되요."
주인이 내가 가져온 통의 주둥이에 깔때기를 꽂고 네모난 되 바가지로 드럼통에서 석유를 퍼서 깔때기에 붓는다. 어림짐작에 쌀집에 있는 되 바가지와 비슷해 보여 그 양을 의심치 않았다. 나중에 그 집에 전동 주유기가 들어왔는데, 눈금을 가리키며 이게 (되 바가지보다) 더 정확하다 주인이 말했지만 왠지 미덥지 않았다.
연탄 아궁이와 어울리기에는 너무나 세련된 LPG (액화 석유 가스) 가스 렌지가 들어오면서 나의 석유 심부름이 끝났다.
곤로 심지가 너무 비싸다고 곤로쟁이와 실랑이를 하던 어머니 모습도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