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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단백질 이야기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2. 6. 2. 08:49
미역국에 넣을 소고기를 사러 집에서 가까운 푸줏간을 찾았다. 호주산 소고기가 싸다. 그런데 이것이 정말 호주산일까? 최근에 미국에서 광우병이 다시 발생했다는데 미국산을 속여 팔지 아닐까 의심이 일었으나 사 갖고 왔다. 그리고 몇 년 전에 읽은 책이 떠올랐다.
부제가 "식인 풍습과 광우병, 영원히 잠들지 못하는 저주받은 가족"이다. 원제는 The Family that Couldn't Sleep: A Medical Mystery이다. 미국산 수입 소고기 반대 운동이 한창 일었던 무렵에 이 책이 나왔다고 기억한다.
제목이 과장되지 않았다.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들이 정말 무시무시하다.
150 년 전에 영국에서 무수히 많은 양들이 광우병과 같은 증세를 보이고 죽었다. 더 빨리 자라고, 더 많은 털과 젖을 내는 양과 소를 얻고자 근친 교배와 동물 사료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광우병의 원인을 알아내는 데에 수십 년이 걸렸다. 유전을 포함하여 모든 경우의 증상을 보이면서도 각 경우에 대응하는 진단법으로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온, 그것을 파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단백질이 생명체가 아니라 물질이기 때문이다.
동족을 상습적으로 잡아먹는 육식 동물이 없다. 아마도 수 만 년 또는 수십 만 년 전에 어느 종이나 광우병을 겪어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사람 고기를 보게 된다면 필시 역겨움을 느낄 것이다. 그 느낌이 바로 우리의 유전자가 갖고 있는 죽음의 추억이리라.
동족을 잡아먹으면 극심한 고통을 겪으며 죽게 되는 것이 혹 유전자가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장치가 아닐까? "이기적 유전자"에 따르면 우리의 한시적인 몸이 유전자의 영생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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