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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잇몸 낭종
    테크니컬 라이팅 2014. 1. 1. 18:33

    왼쪽 윗턱에서 사랑니가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서 냄새가 난다. 두 주 전에 가까운 치과 의원을 찾았다. 늘 그렇듯이 엑스선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이 사랑니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왼쪽 아래턱의 잇몸에 숨어 있는 사랑니 주위에 낭종이 있단다. 일종의 물혹이라고 하는데 이제까지 그 부위에서 아무 증상도 내가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이 그다지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즉각 제거해야 할 심각한 것이었다. 의사의 말에 따르면, 대개 사랑니가 낭종을 동반하는데, 사랑니가 다 자라거나 밖으로 돌출되면 대부분 낭종이 사라진다. 사라지지 않은 낭종이 계속 커지면서 턱뼈를 부식하고 신경을 파괴한다. 또한 그것이 드물게 악성 종양으로 발전한다. 종합 병원조차도 낭종 제거 수술을 할 수 없으니 대학 병원을 찾으란다.

    이튿날 부산대학교 병원을 찾았다. 수술을 받는 데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일 주일 뒤에 병원을 다시 찾았다. 내 몸 상태가 양호하니 다음 주에 수술을 하자고 한다. 전신 마취를 하는 김에 남은 세 개의 사랑니도 모두 뽑겠단다. 사랑니 하나를 11년 전에 뽑았다.

    12월 30일 해거름에 입원했다. E동 응급센터 8층에 있는 병실을 배정받았다. 창 밖으로 멀리 남항이 보인다.

    마취의가 와서 전신 마취의 과정과 후유증에 대해 설명해줬다. 폐까지 멈추기 때문에 기계가 대신 숨을 쉬게 해준다는 대목에서 전신 마취가 간단한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술 동의서에 서명을 한 뒤에 병실로 돌아와서 전신 마취에 대해 알아보고자 인터넷을 뒤졌다.

    http://mongfactory.tistory.com/87 

    전신 마취가 의식 소실, 감각 차단, 운동 차단, 반사 차단의 총체적 현상이라고 한다. 수면 내시경을 받는 환자들이 검사 중에 몸부림친다고 하니, 같은 성격의 마취가 아닌가 보다.

    밤에 수련의로 보이는 치과의가 와서 낭종 제거 수술 방법과 생길 법한 부작용에 대해 내게 설명해 줬다. 신경이 공기에 노출되면 민감도가 크게 떨어진다. 대부분 일 년 안에 감각을 회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불행한 경우도 있다고 한다. 낭종을 제거한 뒤에 남은 빈 곳에 무언가 채우냐고 물었다. 그냥 둔다고 한다. 뼈가 자라 채워진단다. 수술을 받고 한 주 뒤에 실밥을 푼다. 적어도 두 주 동안 술과 담배를 하지 않아야 한다. 담배가 꿰맨 자리를 아물지 않게 하기 때문에 술보다 담배가 훨씬 더 나쁘다고 한다.

    내일 아침에 수술에 들어간다고 하여 잠자리에 들기 전에 수술복으로 갈아입었다. 수술복 안에 아무 것도 걸치지 않아야 한다.

    이튿날 아침 여섯 시에 간호사가 링거 주사 바늘을 내 오른팔에 꽂고 하트만액을 연결했다. 인터넷을 뒤져 보니 하트만액이 혈장과 비슷한 전해질 성분이란다. 일곱 시를 조금 넘겨, 남자 간호사가 나를 휠체어에 태우고 A동 5층에 있는 수술실로 옮겼다.

    여자 간호사가 호흡기를 내 코에 댄다. 이제 곧 마취약이 내 몸에 들어오고 나는 의식을 잃을 것이다. 그런데 간호사가 마취약이 아프다고 내게 말한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이십 대 초에 전신 마취 수술을 두 번 받았다. 그때 아프지 않았다. 약이 내 몸에 밀려 들어오자 멍든 곳을 누를 때 갖는 것과 비슷한 시큰하고 뻐근한 통증이 팔에서 시작해서 옆구리로 퍼졌다. 잠시 뒤에 다른 간호사가 나를 깨운다. 그 사이에 두 시간이 지났다. 회복실이다. 계속 자고 싶다. 마취의의 경고를 기억하고 깨어나려 애썼다.

    입과 코에서 피가 조금씩 계속 나온다. 튜브를 코에 꽂았을 것이다. 입 안 세 곳을 찢었으니 그것도 아마 당연하리라. 그런데 왜 얼굴에 붕대를 감아 놓았을까? 이 날 오후에 엑스선 사진을 찍었는데, 그때 수련의로 보이는 여자 치과 의사가 붕대를 다시 감아주며 말하길, 붓기를 예방하기 위함이란다. 갑갑하다.

    병실로 돌아온 지 한 시간 뒤에 아내가 도착했다. 링거 때문에 운신하기가 불편했는데 아내가 수발하니 편했다. 방귀가 나오기 전에 아무 것도 먹지 말라고 간호사가 내게 경고했지만 목이 너무 말라 물 한 모금을 축였다. 가시고 뱉어내려 했는데 물이 꿰맨 자리에 닿자 참기 힘든 고통이 일었다. 고통이 가라앉기까지 하릴없이 기다렸다.

    저녁에 죽이 나왔다. 죽조차 씹기가 힘들고 괴롭다. 시늉으로 씹고 조금씩 삼켰다. 식사를 마친 뒤에 주치의가 수련의와 간호사들을 거느리고 나를 찾아왔다. 수술이 잘 되었노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붕대를 벗고 싶다고 하니, 하루만 더 하란다. 밤에 수련의가 나를 불러 수술 뒤에 찍은 엑스선 사진을 보여줬다. 내일 퇴원할 수 있겠냐고 물으니 대개 이틀이나 사흘 더 머문단다. 수술 날짜를 잡을 때, 수술 다음 날 퇴원할 수 있다고 교수님이 내게 말씀하셨다고 하니 교수님께 물어보겠단다.

    이튿날 2014년을 맞이했다. 



    열 시에 퇴원했다. 휴일이라 치료비를 완벽하게 계산할 수 없단다. 며칠 뒤에 다시 와서 정산하고, 그 때 손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들을 받아 가란다.

    입원 확인서에 적힌 내 병의 공식 명칭이 "발육성 치성 낭 (developmental odontogenic cysts)"이다.

    ***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사 먹은 뒤에 피곤하여 둘 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이튿날 일어나 볼이 부어 호빵맨이 된 내 얼굴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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