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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HP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4. 10. 14. 09:34

    나의 대학 시절에 한두 교수님들이 드물게 OHP(Overhead Projector)를 사용했다. 슬라이드 영사기 못지않게 신기한 물건이었다. 


    오늘 아침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 시절에도 컴퓨터가 있었는데 왜 OHP를 사용했었을까?"

    마이크로소프트의 파워포인트를 1990년에 사용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http://en.wikipedia.org/wiki/Microsoft_PowerPoint

    실제로는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윈도우즈 3.0을 참을 만한 속도로 돌릴 수 있는 컴퓨터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는 대학들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 컴퓨터가 있다 해도, 요즘에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에 물리는 프로젝터가 없다면, 파워포인트가 무용지물에 가까웠을 것이다. 컴퓨터를 위한 최초의 프로젝터가 언제 만들어졌는지 모르겠지만, 내 기억에 2000년 이전에 본 적이 없다.

    OHP를 이용하여 무언가 발표하려면 적지 않은 수고와 비용이 필요했다. 아래한글로 발표물을 만들고---프린터가 귀했기 때문에---복사집에 가서 출력한 다음에 그것을 OHP 필름으로 복사했다. 종이 복사비가 20원, OHP 필름 복사비가 100원 가량이었던 듯하다. 지하철 표가 200원이었으니 그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물가 상승률을 무시하면---당시의 컴퓨터만큼이나 비싼 스마트폰을 이제 저마다 들고 다닌다. 이야말로 상전벽해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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