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친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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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친코를 읽고: 집단 의식에 대하여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6. 1. 12:22
3 주만에 5백 페이지가 넘는 Pachinko를 다 읽었다. 이것이 내게는 대단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영어로 된 책을 한 달 안에 끝낸 적이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Cosmos 같은 어려운 책은 말할 것도 없고, 깊이 매료되었던 Revenant도 마치기까지 두세 달 넘게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는, TV 드라마에 빠진 할머니들이 하듯이, 일을 마치고 집에 들어온 아내에게 선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들려줬다. 영화광이 영화를 보면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는 것과 같은 추측을 파친코는 허용하지 않는다. 선자가 고 한수를 다시 만나게 될 것은 예상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짐작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파친코 표지에 실린 여러 언론의 찬사들 중 내가 가장 공감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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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eki와 Cho-seki (Pachinko 중에서)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5. 11. 09:31
서가에 Pachinko 원서와 번역서가 나란히 꽂혀 있다. 아내가 일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일하는 알음알이가 있기 마련이고 아내가 그들과 서로 책을 나누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얻어온 책들이 많다. 하지만 원서까지 있는 까닭은 모르겠다. 나이 들수록 소설에 흥미를 잃어 좀처럼 읽지 않는데, 이 작품이 유명하다 하여 원서를 뽑아 들고 첫 장을 읽어 보았다. 읽을 만하겠다. 이런 구절이 있다. "Down the street, that dirty dog Lee-seki won't cough up what he owes ..." "Lee-seki"가 뭘까? "이세기"라는 인명일까?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 "Cho-seki"가 나온다. 번역서를 꺼내서 같은 대목을 찾았다. "이가 놈"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