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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ee-seki와 Cho-seki (Pachinko 중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5. 11. 09:31

    서가에 Pachinko 원서와 번역서가 나란히 꽂혀 있다. 아내가 일하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아니다. 다른 출판사에서 일하는 알음알이가 있기 마련이고 아내가 그들과 서로 책을 나누는 일이 비일비재하여 얻어온 책들이 많다. 하지만 원서까지 있는 까닭은 모르겠다.

    나이 들수록 소설에 흥미를 잃어 좀처럼 읽지 않는데, 이 작품이 유명하다 하여 원서를 뽑아 들고 첫 장을 읽어 보았다. 읽을 만하겠다. 이런 구절이 있다.

    "Down the street, that dirty dog Lee-seki won't cough up what he owes ..."

    "Lee-seki"가 뭘까? "이세기"라는 인명일까?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 "Cho-seki"가 나온다. 번역서를 꺼내서 같은 대목을 찾았다.  "이가 놈"과 "조가 놈"으로 옮겨져 있다. 문맥상 다른 뜻으로 보기 어렵다. 배경이 1930 년대 초이니 혹시 일본에서 온 말일까? 찾아보니 "seki"로 발음되는 것 중에 籍이 있지만, 그것이 家門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되는 것 같지 않다.

    저자가 풀어주지 않는 한 알 도리가 없겠다. 저자인 이민진이 일곱 살에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했다. 우리말 어감이 부족한 탓이거나 성씨를 이용하여 사람을 얕잡아 부르는 표현을 만들려는 의도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우리는 성에 "새끼"를 붙여 말하지도 않고, "이가 놈"이 욕이라 볼 수도 없다. 혹시 30 년대 사람들은 그런 식으로 말했으려나? 그런데 미국인들이 "-seki"가 욕이란 것을 이해할지 모르겠다.

    "ajumoni"가 이 작품에서 자주 나오는데, 이탤릭체로 표기되어 있는데다 주로 호칭으로 사용되니 외국인들이 그것을 어렵지 않게 señora 같은 것으로 이해할 것이다. "Gombo-ya"에서처럼 호격 조사 "야"를 가리키는 "ya"도 종종 나오는데, 그것도 사람을 부를 때 사용된다는 것을 쉽게 알아챌 것이다. 하지만 "-seki"는 의문이다. 

    아무튼 이 소설은 매우 흥미롭다. 한국어 소설은 영어 소설만큼 생김새나 차림새를 시시콜콜히 묘사하지 않는다. 영어 소설은 한국어 소설만큼 심리를 세밀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그런 서로 다른 성격들이 이 소설에 어우러져 있다.

    이야기가 영도에서 시작한다. 영도가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지도를 찾아보니 태종대가 있는 곳이다. 태종대에 두 번 갔는데 그곳이 섬이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읽으면서 여러 가지 의문이 생겼다. 땔감으로 석탄을 사용했다는 것이 낯설다. 저자는 일본계 미국인 남편이 일본에서 일하던 4 년 동안 일본에 머물면서 여러 재일 조선인들로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수집했다고 한다. 소설을 사료로 삼을 수 없겠지만 기록되지 않은 그 시대의 갖가지 것들을 그려보기에 충분히 신뢰할 만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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