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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어민에 의한 영어 매뉴얼의 교열테크니컬 라이팅 2021. 7. 22. 11:36
이 년 전인가, 일이 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 미국 법인이 교열했다며 고객사가 파일을 보내왔다. 더 간결해진 문장들이 있는가 하면, 교열자가 기능을 제대로 이해하고 쓴 건지 의심스러운 것들도 있었고, (모든 기능을 내가 확인해 보면 좋겠지만 외부인인 내가 QA 수준으로 그렇게 하는 건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문법에 어긋나 보이는 것들도 있었다.
과거에 함께 일한 원어민 동료들이 서넛 있었다. 그들은 영어를 전공했고 작성이나 교열을 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었다. 의아스러운 점이 있으면 왜 그렇게 고쳤는지 물어보곤 했다. 내 또래의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읽기 영어"만 배운 나로서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시키는 것이 퍽 어려웠지만. 물론 우리가 서투르게 작성한 문장을 그들이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하고 그래서 부적절하게 고치는 경우들도 이따금 있다.
고객사의 비전문가가 교열한 것은, 그가 원어민이라고 해도, 여러 고민거리를 안긴다. 한 문장이 두 군데 이상 쓰였는데, 앞의 것은 고치고 뒤의 것은 그대로 두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원어민 교열자들은 그런 혼란을 피하는 훈련이 되어 있어서, "앞의 것과 동일하게 고쳐라"는 식으로 지시를 남긴다. 문법적 오류가 분명해 보이는 것들은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내 나름대로 어떤 것은 고치고 다른 어떤 것은 고치지 않거나 달리 고치면 고객이 어떻게 반응할지. 이럴 때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고객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이러저러한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어찌 반영할까요?"
그러면 예상한 답변이 돌아온다.
"있는 그대로 수정해 주세요."
그도 나와 마찬가지로 동일한 부담을 느끼고 그래서 그 미국인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일이 다 끝났는데 이 문제로 고객과 옥신각신하고 싶지도 않다. 그 일은 그렇게 일단락되었다. 간혹 한국어 매뉴얼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만 대개 기술적인 사항에 집중되어 있고 표현에 대한 지적은 드물다.
최근에 문제의 제품을 약간 변형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든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파일을 찾아 열었다. 한 가지가 유독 눈에 거슬린다.
Refer to below description.
회화에 능하지 못한 나는 각 단어의 품사와 문장 성분을 따져 영어 문장을 기계적으로 분석한다. 나의 영어 지식은 저 문장을 명백한 오류로 판단한다. 구어로 통용된다고 해도 문서에는 그렇게 쓸 수 없다. 과거 동료였던 원어민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그의 답변이 내게 위안이 되었다.
"They may just be illiterate or stupid."
이런 명백한 오류는 교열자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그의 교열을 얼마나 따라야 할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 예정된 일이 정식으로 시작되면 내 깜냥으로 좀 고쳐볼까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