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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폰트
    테크니컬 라이팅 2021. 6. 4. 14:54

    지방 정부들이 저마다의 로고와 표어를 갖게 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도시가 이제는 관광 브랜드이기 때문에, 너무 자주 바꾸지 않는 한, 그것을 예산 낭비라고 할 수 없다. 몇 해 전부터 폰트를 만들어 내놓는 지방 정부들이 늘고 있다.

    완도희망체와 완도청정바다체

    완도군은 완도희망체를 제목용으로, 완도청정바다체를 본문용으로 소개하고 있다. 지방 정부들이 배포하는 폰트에 관심을 두지 않는 이유가 내가 아름다운 글자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1) 세리프, (2) 세리프 볼드, (3) 산세리프 (4) 산세리프 볼드

    문서를, 특히 매뉴얼을, 만드는 데에 이렇게 적어도 네 가지 폰트를 갖고 있어야 최선의 선택을 위해 다양한 조합을 시도할 수 있다. 산세리프는 제목보다는 표, 예시, 또는 경고의 가독성을 높이는 데에 요긴하다. 세리프든 산세리프든 다양한 폰트 크기와 색상이 허용된다면 한 가지만 사용하라는 요구에 흔쾌히 따를 수 있다, 소스 코드를 예시해야 하는 문서가 아니라면. 소스 코드나 터미널 명령에는 당연히 모노스페이스 폰트가 사용되어야 한다.

    세리프와 산세리프가 한 세트로서 제공될 때 우리는 그것들이 조화롭게 디자인되었으리라, 그래서 한 줄에 세리프와 산세리프를 섞어 쓸 때 서로 잘 어울리리라 기대한다. 완도 폰트 세트는 그 점에서 아쉽다. 완도희망체는, 완도군이 말하는 대로, 본문에 쓰기에 적합하지 않다. 대신 포스터를 비롯한 시각 디자인에는 유용할 것이다.

    문제는 완도청정바다체이다. 예상한 대로 이 폰트에는 한자와 여러 기호 문자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매뉴얼에 한자를 쓸 일은 없지만, 빈번하지 않더라도, 이런저런 기호 문자들이 필요하다. 기호 문자가 포함된, 크기와 굵기가 비슷한 다른 폰트를 찾는 것은 짜증나는 일이다. 나는 좀처럼 이해하지 못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한글 폰트에 포함된 로마자들을 몹시 못마땅해한다. 일본 사람들도 폰트에 예민하다고 들었다.

    나는 폰트를 두고 의뢰인들과 다투지 않는다. 폰트에 대한 관점이 나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각 단락의 역할에 맞게 적절한 폰트가 사용되었는지, 달리 말해 가독성이 좋은지 보는 반면, 디자이너들이나 의뢰인들은 하나의 이미지로서 페이지 전체를 보기 때문이다. 설득하려 해 봐야 내 입만 아프다.

    아무튼 완도체만이 앞에서 언급한 문제들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다. 지방 정부들이 만든 폰트들이 거의 예외 없이 그러하다. 기업들이 만든 폰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몇 해 전에 한 외국계 기업의 일을 받아 했다. 문서 디자인 가이드도, 완벽하지 않지만, 세워져 있었는데, 그 기업의 폰트를 사용하라는 지침이 포함되어 있었다. 내가 만든 문서는 11개 언어로 번역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언어들 중 겨우 절반에만 그 폰트를 쓸 수 있었다.

    나의 국한된 경험만으로도 폰트를 만드는 데에 아주 많은 것들이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본문에 적합할 것 같지만 실상 쓰기 힘든 폰트들은 만들지 않는 게 낫지 싶다, 특히 지방 정부들은. 삼성이, Noto 같은, "삼성원"이라는 폰트 세트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아직 배포할 의사가 없는 모양이다. 공개나 하고 자랑을 하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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