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니컬 라이터와 일러스트레이터

얼마나 많은 회사들이 테크니컬 라이터를 고용했을까? 드물 것이다. 얼마나 많은 제조사들이 테크니컬 일러스트레이터를 고용했을까?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테크니컬 라이터의 경력을 시작할 때 삽화가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불가능에 가까운, 문제 중의 하나였다. 간단한 다이어그램은 어설프게나마 그린다 해도, 휴대폰 배터리를 교체하는 것과 같은 그림은 테크니컬 라이터가 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테크니컬 라이터 입장에서 문서화 서비스 회사의 좋은 점은 테크니컬 일러스트레이터와 편집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여럿일 때, 몇 가지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한 뒤에 서로에 대한 평판을 갖게 된다. 

"아무개가 가장 빨리 처리한다."
"아무개가 한 일에는 손댈 게 거의 없다."

이것이 최고의 찬사이다. 일러스트레이터와 디자이너는 테크니컬 라이터를 어떻게 평가할까? 그들에게 나의 평판이 나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들에게 넉넉한 시간을 주고, 많은 것을 요구하지도 않고 까다롭지도 않으니까. 착각이려나?

일러스트레이터는 거의 항상 필요하지만, 디자이너는 인디자인으로 조판해야 하는 프로젝트에서만 필요하다. 그래서 내게는 디자이너보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더 중요하다. 내가 디자이너에게 일을 넘긴다는 것은 사실 나의 일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나는 편집 디자인에 개의하지 않는다. 그 이전 단계까지 나는 일러스트레이터와 동시에 일한다. 나는 삽화가 필요한 부분들을 먼저 작성하고, 일러스트레이터에게 넘긴다. 그리고 삽화가 필요하지 않거나 스크린샷 같은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이미지들을 요하는 부분들을 작성하면서 내가 요구한 것들을 그가 만들어주기를 기다린다.

글에 저마다의 문체가 있듯이 삽화에도 일러스트레이터의 미묘하게 독특한 스타일이 녹아있다. 그 스타일이 내가 기대한 것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실망스럽다. 하지만 나와 함께 일하는 일러스트레이터는 내 의도를 썩 잘 파악한다.

테크니컬 라이터들은, 이론적으로, 주어진 시간의 30 퍼센트 이상을 기획에 쓴다.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도 마찬가지이다. 닷새의 말미를 주었는데 이틀이 지나도록 한 컷도 그려내지 못한 것 같으면, 나는 속으로 조바심을 느끼는데, 결국 그는 정한 날짜까지 내가 요구한 모든 것들을 만들어준다. 처음 이틀이나 사흘 동안 어떻게 하면 최대한 많은 것들을 하나에 담아낼지 고민하며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뒤로 그는 처음에 만든 서너 그림으로부터, 클리핑 마스크 따위의 기법을 사용하여,  다른 많은 그림들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그와 같은 유능한 동료를 둔 것은 분명 작지 않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