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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음봉 쪽에서 능선을 타고 (그림에서 1의 방향으로부터) 이 곳으로 내려왔을 때 약간 어리둥절했다. 삼불봉으로 이어지는 오르막이 이 지점에서 시작될 것 같은데, 내리막길만 (그림에서 2의 방향) 보였기 때문이다. 계곡 쪽을 바라보며 쉬고 있는 사내에게 길을 묻자 그가 "왼쪽"이라고 답했다. 산에는 돌아가는 길들이 흔한지라 그의 말을 믿고 2의 방향으로 내려갔다.
약 40 분 뒤에 2 킬로미터 가까이 걸어, 저 봉우리를 거쳐 이 곳으로 되돌아왔다. 반대쪽에서 저 봉우리를 오를 때 그가 내게 틀린 방향을 알려주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와 나 사이에는 커다란 무덤이 있었고, 그래서 그의 관점에서 분명 "왼쪽"에 있는 길이, 게다가 내리막이어서, 내게 보이지 않았다. 그가 "11시 방향"이라고 알려주었더라면.
왼쪽과 오른쪽은 내가 보는 방향에 따라 달라진다. 매뉴얼을 작성할 때 간혹 비슷한 고민을 갖는다.
이 그림에서 운전석 쪽을 자신있게 오른쪽이라 말할 수 있을까? 운전자 관점에서 그의 좌석은 왼쪽에 있다. 어떤 제품의 측면들을 사용자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지, 자동차처럼 제품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지 애매하다.
"왼쪽에 있는 전원 스위치를 켜세요."
제품의 크기를 나타내는 말들도 애매하다. length x width인지, width x height인지. 아무튼 3차원 크기에서, 땅속에 매설되는 것이 아니라면, depth를 쓰는 건 잘못이라고 본다. length x width x height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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