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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celium Running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3. 8. 24. 15:44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환상의 버섯(Fantastic Fungi)"이 말미에 소개한 책 Mycelium Running을 구해 읽었다. 부제가 How Muchrooms Can Help Save the World이다. 과장이 아니다.
버섯들은 토양을 오염시킨 중금속을 포집할 수 있고, 가축의 분뇨로 더러워진 물을 정화할 수 있다.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흙길을 숲으로 복원하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 버섯을 이용하는 것이다. 버섯을, 비닐 대신, 뿌리덮개(mulch)로 이용할 수 있고, 그 경우에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가둬둘 수 있다.
죽은 동물과 식물은 대부분, 박테리아보다는, 균사체에 의해 분해된다. 석탄의 대부분이 3.59억 년 전과 2.99억년 전 사이에 만들어졌는데, 그래서 이 시기를 석탄기라고 하는데, 죽은 식물을 분해하는 미생물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버섯도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균사체는 박테리아나 곤충의 먹이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박테리아와 곤충을 죽일 수도 있다. 그것은, 의도하지 않은 동물들까지 죽여서 광범위한 피해를 일으키는 화학 살충제보다, 버섯이 훨씬 더 저렴한 비용으로 오로지 흰개미만 죽이는 살충제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판도라 행성의 나무들이 땅속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균사체에 대해 알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실은 지구의 나무들도 그러하다. 나무 뿌리들이 균사체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큰 나무에 가려 충분한 빛을 쬐지 못한 작은 나무는 균사체를 통해 큰 나무로부터 양분을 얻는다.
균사체는 식물도 아니고 동물도 아니다. 광합성을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식물보다는 동물에 가깝다. 포자 두 개가 만나야 발아(?)하지만 포자에는 성(sex)이 없다. 버섯은, 식물에 비유하자면, 열매이다. 그래서 그것을 자실체(fruiting body)라고 부른다.
이 책에서 곰팡이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곰팡이도 균류이지만, 버섯과 달리, 포집하고 키우는 것이 개인적(?) 수준에서 어렵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책 후반부가 포자를 모으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재배하는 데에 필요한 여러 기술들을 상세히 설명하는 것 같아 더 이상 읽지 않고 접었다.
산행 중에 썩은 나무 계단 밑에서 실타래 같은 것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것들이 버섯인지 곰팡이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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