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어에 중간태(middle voice)가 있다. 대학에서 그리스어를 배울 때 이것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지 못했고 다만 이것의 어미 변화만 외우려 애썼다. (-ομαι 하나를 기억한다.)
중간태란 무엇인가?
http://en.wikipedia.org/wiki/Middle_voice#Middle
행위의 주체와 객체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 수동의 형태이지만 능동의 뜻을 갖고 있는 것, 또는 그 반대인 것이라고 한다.
영어 문법에 중간태는 없지만 비슷한 예를 들자면,
This meat cooks quite well.
The father ransoms his son.
한국어 문법에서는 능동과 수동으로 나누지 않고 사동과 피동으로 나눈다. 그러니 중간태도 없다.
그런데 중간태 같은 경우를 심심찮게 찾을 수 있는 것 같다.
옷에 먼지가 묻었다.
멀리 건물 사이로 하늘이 보인다.
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한국어에 애매한 말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그녀는 이런 때 남편이 집에 있지 않은 게 여간 못마땅하지가 않았다.
"못마땅하다"는 것이 남편이 집에 없는 상황을 가리키는 것인지, 그 상황에 대한 그녀의 심정을 가리키는지 애매하다.
나는 소녀시대가 좋아.
이중주어 관점에서 보지 말고, 여기서 "좋아"는 "소녀시대"를 꾸미는 형용사일까, "나"를 꾸미는 동사일까?
의미를 배제하고 구문론만으로는 이런 것들을 설명하기 어렵지 않나 싶다.
중간태처럼, 형용사 형태이지만 동사의 뜻을 갖고 있다고 설명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