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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9. 5. 31. 11:40
아들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가을에 칵테일 만드는 법을 배우겠단다. 바텐더가 사라져가는 직종이 아닌가? 공연한 짓이 되지 않을까 괜스레 걱정이 든다.
칵테일을 마셔본 지 까마득하다. 섹스 온 더 비치, 그래스호퍼가 떠오른다. 언제부터 칵테일을 보기 힘들어졌을까? 90 년대 중반까지 칵테일을 접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거의 모든 커피숍이 칵테일을 팔았다. DJ나 아마츄어 가수를 고용한 곳들도 제법 많았다. 하다못해 뮤직 비디오라도 상영했다. I just died in your arms tonight이 떠오른다.
편의점이란 것을 처음 본 것이 일등병 때였다. 24 시간 문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 말고도 슈퍼마켓과 다른 점이 있었다. 수입 맥주들을 팔았다. 친구 중 하나가 밀러를 몹시 좋아했다. 그때까지 맥주는, 내 기억에, 지금만큼 흔하게 즐기는 술이 아니었다. 그리고 스타벅스라는 것이 생겼다. 스타벅스는 녹차도 칵테일도 팔지 않았다.
당시에는 연인이 할 수 있는 가장 낭만적인 것이 커피숍에서 칵테일을 마시는 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 뒤로 비디오방과 게임방이 생기고, 멀티플렉스 극장도 생겼다. 베니건스 같은 패밀리 레스토랑도 그 즈음에 들어온 것 같다. 서태지까지만 해도 사랑 노래에는 애잔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DJ DOC가 등장하면서 조신함과 절절함이 사라졌다.
그런 변화 속에서 칵테일이 사라져갔나 보다, 낭만과 함께. 따뜻하고 고요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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