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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기술의 차이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19. 7. 1. 10:05
올해 경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옆집예술 프로그램의 마지막 차례가 김포시 마곡리에 위치한 신달호 조각가의 작업 공간에서 열렸다.
"예술과 기술의 차이가 뭡니까?"
방문객 중의 한 사람이 신 작가에게 질문했다. 어린이가 한 질문이라면 대견하다 칭찬을 받았을지 모르나 나는 그 질문이 좀 유치하다 생각했다. 왜 굳이 나누려 하는가?
이날 예정된 또 다른 작가인 김동님 화가의 행사까지 마친 뒤에 집으로 돌아오면서 그 질문에 대해 잠시 다시 생각해봤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쉽사리 떠올리는 답이 "실용성"일 것이다.
오늘날 물레방아가 제 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없을 테니, 이 물레방아가 기능할 수 있다 해도 실용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 또한 조형물로 분류할 수 있을 터인데, 하지만 예술품이라고 부르기엔 마뜩찮다.
저런 질문은 그림보다는 조소품을 두고 갖기 십상이다. 고려대학교 문화심리학자인 허태균 교수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대체로 비물질적인 것의 가치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래서 조소품에서 단지 "물질과 형상"이라는 속성을 떠올려 그러한 속성들을 가진 다른 것들을 연상한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음악을 자동차와 비교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소품이 입체적 형상을 갖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금속이 재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자동차와 어떤 공통 속성도 갖고 있지 않다. 그보다는 노래, 시, 소설, 영화와 더 많은 공통 속성을 조소가 갖고 있다.
영화를 무엇이라 정의할 것인가? 사전은 움직이는 그림들이라 정의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세밀한 정의를 요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유별나게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영화를 제작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다소 다르게 영화를 정의할 것이다.
예술이 무엇에서 기술과 다른가? 아름다움? 맥북도 아름답지 않은가? 시와 노래도 아름다움을 말하지 않는가? 무언가를 예술로 분류하는 기준들 가운데 하나가, 내 생각에,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맥북 디자이너가 맥북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갖고 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
아무튼 대조와 비교는 분류를 위해 필요한 방법인데, 무엇을 위한 분류인지 스스로 답할 수 없다면 그것은 무의미한 질문이다. 게다가 세상에 무엇 하나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버섯은 식물이라 보기도 동물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동물에 가까운 속성을 더 많이 갖고 있지만.
내가 방탄소년단 뷔에게 질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무엇을 물어야 할까? "참 잘생기셨네요, 아버님도 미남이신가요?"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는 까닭은 방탄소년단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음악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엇을 비교하기 전에, 더 깊이 알아보라. 더 알게 되면 새로운 것이 보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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