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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트 오브 더 씨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0. 10. 20. 15:00
나는 TV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는다. "킹덤" 같은 예외도 있지만, 대부분 미로 같은 노선을 따라 달리는 시내버스 같아서 지루하다. 그래서 넷플릭스에서 영화 목록만 훑어보는데, 세 가지로 추릴 수 있다. 재미있지만 내가 이미 오래 전에 극장에서 본 영화, 흥행하지 못한 극장 영화,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흥행하지 못한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면 흥행에 실패한 영화를 부러 볼 필요가 없다. 에너지 낭비일 뿐이다. 넷플릭스 영화들은 기껏해야 범작이고, 대개 쓰레기이다. 상영관이 아닌, TV가 갖는 물리적 한계 탓인지, 걸작이라 일컬을 만한 작품이 내 기억에 없다. 그래서 항상 큰 기대를 갖지 않고 넷플릭스를 뒤진다.
"하트 오브 더 씨"가 넷플릭스 영화 목록에 올라온 것은 오래 되었으나 제목이 풍기는 진부함 때문이었는지 줄곧 외면했다. 짧지 않은 산행으로 노곤한 몸을 침대에 누이면서 영화를 보다가 잠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선택지는 적다. 내가 아직 보지 않은, 그리고 평판이 나쁘지 않은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자 금새 정신이 또렷해졌다.
원제는 "In the Heart of the Sea"인데, 이 영화가 원작으로 삼은, 나다니엘 필브릭(Nathaniel Philbrick)이 2000년에 출간한 소설의 제목과 같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필브릭은 1960년에 발견된 니커슨(영화에서 톰 홀랜드가 연기한 Thomas Nickerson)의 글과 1820년대에 발간된 체이스(영화에서 크리스 햄스워스가 연기한 Owen Chase)의 글을 활용했다. 향유 고래의 공격을 받아 에식스호가 침몰했다는 것과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허먼 멜빌이 모비 딕을 집필했다는 것이 모두 사실인 것 같다.
이것저것 찾아봤다. 낸터킷은 매사추세츠에 있는 섬이다. 저기에서 출발해서 남아메리카를 돌아 태평양으로 갔단다, 고래 잡으러.
혹자는 Moby Dick이 "대물"을 뜻한다고 주장하는데 섣부른 짐작일 뿐이다. 모비딕의 원제는 "Moby Dick; or The Whale"이다. 이것은 1839년에 Knickerbocker 잡지에 실린 Mocha Dick: or The White Whale of the Pacific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Dick은 Tom이나 Jack 같은 평범한 이름이고, Mocha는 칠레에 있는 섬이다. 그 섬 근처에서 자주 고래들이 발견되었다. 멜빌이 무슨 이유로 "모차"를 "모비"로 바꾸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고.
고래 기름은 등유, 윤활유, 향유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석유가 좀 더 늦게 발견되었다면 고래가 멸종했을지도 모른다. 냉동 설비가 없었기 때문에 먼 바다에서는 기름만 취하고 고기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
모비 딕에서 체이스에 상응하는 인물이 스타벅(Starbuck)이다. 스타벅스 창립자들은 소설에서 그가 탔던 배, 피쿼드(Pequod)도 염두에 두었었다고 한다.
두 책 모두 읽어보고 싶은데 모비 딕은 거의 600 페이지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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