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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TCA와 TCN
    테크니컬 라이팅 2021. 4. 30. 11:43

    2003년인가, techwriters라는 다음 카페를 통해 가진 첫 모임에 열 명 가량 모였다. 이 모임이 TCN(Technical Communicator Network)이 만들어지는 계기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임재춘을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간헐적으로 모임을 갖다가 2004년에 한국TC협회(Korea Technical Communication Association)를 설립했고, 2006년에 사단법인으로 인가를 받았다.

    KTCA는 주로 문서화 사업자들로 이루어진 단체였고, TCN 회원들은 대개 고용된 테크니컬 라이터들이었다. TCN은 그 뒤 몇 해 동안 한 해에 한두 차례 세미나를 열었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외부 인사들에게 강연을 의뢰하는 일이 흔했다.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단기 교육도 많았다. (내가 받았던 것 중에 PM 교육이 아주 유익했다.) 이 분야에서 가장 잘 나가던 강사였던 임재춘은 그의 저서 "한국의 이공계는 글쓰기가 두렵다"를 무기로 독자적으로 강연을 열기도 했다. 요즘에는 청탁금지법의 영향 탓인지 그런 일이 크게 줄어든 것 같다.

    돌이켜보면, 강사도 청중도 성숙하지 않았다. 우리는 막연히 무언가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무엇이 필요한지 몰랐다. 그리고 강사들 중에 직업으로서 테크니컬 라이팅을 경험한 사람이 없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많았다.

    2011년에 누적되는 비용 부담을 이기지 못한 TCN 운영자가 사이트 폐쇄를 선언했다. 한 사람이 TCN을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네이버 카페를 열었는데, 활발함이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그 뒤로 TCN 이름을 건 세미나가 없었다. 

    KTCA가 해마다 가을에 컨퍼런스를 열었는데, 그 성격이 TCN 세미나와 판이했다. 청중 대부분이 회원사들이 초대한 고객들이었다. 회원사들의 장기 자랑 대회였다고 말하는 것이 지나칠까? 2018년을 마지막으로 KTCA도 더 이상 컨퍼런스를 열지 않는다. 

    TCN과 KTCA 모두 실패했다. 원인 중에 하나는 단체를 주도한 사람들이 우리의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그들은 writing, writer 대신 communication, communicator를 사용하기를 고집했다. AR과 인공지능이 매뉴얼과 무슨 관계가 있나? 무슨 표준을 만든다고도 했다. 애석하지만 나는 문서화가 그런 멋진 사업으로 발전하리라 보지 않는다.

    TCN 게시판에 올라오는 질문이 거의 없었다. 자질구레한 문제를 갖고 묻는 것이 다들 구차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요긴한 정보나 기술을 누군가 공유해주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나?

    누구의 탓도 아니다. 근본적인 원인은 문서화 수요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좀처럼 늘지 않는 데에 있다. 그러니 KTCA를 굳이 억지로 끌고갈 필요가 없다. 다만 테크니컬 라이터들이 잡담을 나누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TCN 카페에는 게시판이 너무 많아서 탐탁치 않다. 하나로 족하다. 가입을 강요하는 폐쇄적인 시스템도 못마땅하다.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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