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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라이터로서 나의 업에 대한 소회테크니컬 라이팅 2025. 4. 3. 11:44
서가를 뒤지다가 테크니컬 라이터가 되려는 당신에게를 발견했다. 누군가 내가 나의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묻는다면, 비록 업으로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 책에 실린 편집자의 변이 장황해질지 모를 나의 답변을 갈음할 만하지 않나 싶다.Technical writing이 직업으로서 한국에 소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이 일은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여전히 생소하다. 이 분야에서 Technical witer를 애써 '기술 작가' 같은 말로 표현하는 이들이 드물고, 심지어 '설명서'보다 '매뉴얼'이란 말이 더 많이 쓰인다. 어떤 말을 사용하든 추가 설명 없이는 사람들이 이 일의 성격을 곧바로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테크니컬 라이터들이 굳이 적절한 우리말을 찾아 옮기려 애쓰지 않았다. 그러한 사정 때문에 이 책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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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sible China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3. 14. 12:27
유튜브 채널 "언더스탠딩"에서 남궁민 북칼럼니스트가 소개한 "보이지 않는 중국"이 읽을 만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것이라 느낀 것과 달리, 이미 20여 년 전에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었다. 월마트를 가득 채웠던 중국산 공산품들이 점차 베트남, 멕시코,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 생산된 제품들로 대체되었다. 간단히 말해, 중국은 중진국 함정에 갇혔다. 저자는 중진국 함정을 사다리 게임에 비유한다. 브라질과 멕시코가 중진국에서 도로 미끄러져 내려왔고, 대만과 한국을 비롯한 열세 나라만이 그 함정에서 빠져나왔다. (그 중 포르투갈과 스페인은 EU에 편입한 덕이라고 한다.)중국에서 고등학교 이상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의 비율이 37 퍼센트에 불과하다. 이것은 도시에 거주하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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紙榜TeX과 친구들 2025. 2. 12. 17:42
오랜만에 텍을 사용했다.\documentclass{hzguide}\LayoutSetup{}\setmainhangulfont{Noto Serif KR}[BoldFont={* SemiBold}, Script=Hangul, Language=Korean, Vertical=Alternates, RawFeature=vertical]\ExplSyntaxOn\RenewTColorBox{FrameBox}{ s }{ width=20cm, colframe=gray, colback=white, after={\par\normalcolor}, boxrule=0.5pt, arc=0pt, boxsep=0.5ex, top=0.75ex, bottom=0.75ex, left=0.5em, right=0.5e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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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e Heart of the Sea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4. 12. 13. 14:42
영화 하트 오브 더 씨를 본 지 4 년만에 그 영화의 토대가 된 책 In the Heart of the Sea를 읽었다. 짐작과 달리,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개인적으로 분류하자면 역사서에 가깝다.늙은 토마스 니커슨이 자신이 겪은 일을 젊은 허먼 멜빌에게 들려주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 멜빌이 니커슨보다 14 년 젊으니, 같은 세대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멜빌이, 당시에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던 모비 딕을 출간한 뒤에, 에식스의 일등 항해사 오웬 체이스를 만난 적도 있다.선장 폴라드와 그의 선원들은 반경 수천 킬로미터의 태평양을 90 일 동안 헤매다, 절반 이상 죽은 뒤에, 구조되었다. 에식스가 낸터킷에서 출발할 때부터, 살아남은 선원들이 돌아올 때까지, 그리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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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대에서 한계령까지산행 2024. 11. 4. 10:03
단풍을 기대하고 장수대를 찾지 않았다. 거리가 대략 13 킬로미터라고 하니, 걸을 만하리라 싶었고, 너덜길이 어떠한지 궁금하기도 했다. 날이 흐렸다. 오를수록 안개가 짙어졌다.대승령에 먼저 도착한 일흔을 넘긴 듯한 분이 내게 물었다."어디로 가세요?""한계령이요. 남교리로 가세요?""네, 양양에 비가 온다고 해서."아이폰의 날씨 앱이 오전에 한 시간 가량 5 밀리미터 정도의 비를 예상했다. 설악산 같은 높은 산 속에서의 날씨가 일기예보에 맞게 변하리라 기대한 내가 어리석었다. 장수대로부터 몇 백 미터 위에서 본 풍경이 실은 지옥의 천사가 내게 고지한 것이 아닐까 싶다.능선의 북쪽에서 부는 바람이 거셌지만 운무가, 한계령으로 내려올 때까지, 걷히지 않았다. 대승령을 지난 얼마 후에 내리기 시작한 가는 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