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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 값에 대하여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6. 8. 12:19

    일반적으로 제품의 가격은 제조비(경상비도 포함한다고 치자)에 이익을 더하여 정해진다. 제조사들은 이익 비율을 어떻게 정할지 고민할 것이다. 제조비가 많이 들면 판가를 높여야 하는데 그러면 대신 덜 팔리기 마련이다. 제품이 많이 팔리면 제조 단가가 줄어드니 가격을 낮출 수 있다. 경영에 문외한이지만,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그래서 시장 가격을 주도하는 판가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삼성과 애플은 분명 훨씬 더 싼 가격에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비싸도 잘 팔리는데 굳이 값을 낮출 이유가 있겠나.

    팔리지 않는다고 마냥 가격을 낮출 수 없다. 겨우 제조비만 회수할 수 있다면 그 물건을 만들 이유가 없다. 나는 책을 살 때 가격에 별로 연연하지 않는다. 책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른 것들, 이를테면 후라이드 치킨이나 주말 영화 관람료에 비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책에 부여하는 가치의 크기가 사람마다 다를 테지만.

    아마존과 yes24를 이용하여 아주 간단한 조사를 해봤다. 오늘 환율을 적용하여,

    파친코 미국판 Hardcover ₩17,080 Paperback ₩10,970
    한국판 1권 ₩13,050 2권 ₩13,050
    일본판 상권 ₩26,850 하권 ₩24,400
    코스모스 미국판  Hardcover ₩94,470 Paperback ₩6,560
    한국판       ₩16,650
    일본판       ₩17,890
    사피엔스 미국판 Hardcover ₩21,800 Paperback ₩21,800
    한국판       ₩19,800
    Athenaze 영국판 Hardcover ₩209,310 Paperback ₩3,570

    한국판과 가장 비슷한 것을 골랐다고 생각하지만, 다양한 영어판들이 있어서 이 비교가 객관적이라고 자신하기 어렵다. 한국 출판사들이 양장본을 따로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체로 한국 문고본이 미국 paperback보다 더 좋다고 말할 수 있지만, 물가까지 고려하면 한국판의 가격이 비싸 보인다. Athenaze는 대학에서 사용하는 고대 그리스어 교재이다. 학생용은 아주 싸게, 반대로 교수용은 아주 비싸게 만든 게 아닐까 싶다. 

    한국은 해마다 많은 책을 내는 나라이지만(https://en.wikipedia.org/wiki/Books_published_per_country_per_year), 책을 많이 읽는 나라는 아니다.

    https://irisreading.com/how-many-books-does-the-average-person-read/

    그러니 책 값이 비쌀 수밖에 없다. 한국인들은 왜 책을 많이 읽지 않을까? 빠른 인터넷 환경 때문에 다른 볼거리가 많아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서? 취미 활동이 다양해져서? 위 통계를 보면 국가의 경제 수준과 독서 시간 사이에는 별 상관 관계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책 수를 기준으로 독서량을 측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것을 기준으로 삼으면 성인 독서량이 절대로 어린이 독서량보다 많을 수 없다. 

    내가 보기에 독서는, 학문을 업으로 삼지 않는 사람들에게, 습관이나 취미에 가깝다. 그래서 환경이 어떻게 바뀌든 책을 가까이 하지 않던 성인이 책을 즐겨 읽게 되는 변화는 좀처럼 생기지 않으리라 본다. 그래도 책 값이 좀 더 싸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지 않을까, 특히 소설은?

    해외 소설들이 한국에 오면 거의 예외 없이 두 권으로 만들어진다. 한국판 파친코 두 권이 미국판 양장본보다 비싸다. 출판사들이 이 못된 버릇을 고쳐야 한다. 미국판 파친코는 500 페이지이고, 한국판 파친코는, 두 권을 합하여, 760 페이지이다.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면 분량이, 좀 더 기술적으로 말하자면, 단어 수가 25 퍼센트 가량 줄어든다. 그런데도 한국판 파친코에서 260 페이지가 늘어났다. 한국 책들은, 내 눈대중에, 11.5 내지 12 포인트 폰트를 사용하고 그것에 걸맞게 1.6 내지 2 배의 줄 간격을 사용한다. 출판사들은 독자들이 이를 선호하다고 주장하지만, 나는 그들이 그것을 뒷받침할 만한 설문이나 실험을 했다고 믿지 않는다. 미장원이나 은행에 비치된 잡지들을 보라. 9 포인트나 그보다 더 작은 폰트를 사용한다. 한글 글자 10 포인트는 베이스라인을 사용하는 로마자 10 포인트보다 크게 디자인된다. 10 포인트는 한글 책에도 충분히 크다.

    쪼개지 말고 한 권으로 만들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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