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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파친코를 읽고: 정체성에 대하여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6. 2. 12:26

    한국계 미국인인 데이빗 강 교수가 이렇게 말하기 전까지 나는 한 번도 그와 같은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g2bAa3UfkOQ

    독일은 다시 전쟁을 일으켰으니 나누자라고 했고 ... 왜 일본이 아닌 한국을 나눈 것일까요?

    일차 세계 대전과 이차 세계 대전은 제국주의 전쟁이었다. 한국 전쟁을 일으킨 사람은 분명 김일성인데, 탱크를 비롯하여 절대적으로 우세했던 그 무기들을 그는 어떻게 장만했을까? 한국 전쟁을 제국주의 연장전이나 대리전으로 보는 것에 대과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분단되지 않았다면, 소련에 의해 공산 국가가 되었을지도, 아니면 베트남처럼 오랜 내전을 겪었을지 모른다. 어느 것도 다른 것보다 나은 결과라 말할 수 없다. 공산 국가가 되는 것이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었을까? 한국이 분단된 데에는 그리고 전쟁을 겪게 된 데에는 분명 미국의 책임이 있다. 우리는 이 점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일본은 미국의 적이었는데, 어떻게 우호적인 관계로 바뀌었는지 어렸을 때 이해하기 힘들었다. 우리가 그 긴 식민 지배와 전쟁의 고초를 겪은 것을 우리 탓으로 돌리자 하면, 그 책임은 무능한 조선의 왕과 귀족들이 져야 한다. 나는 여기에서 또 다른 아이러니를 발견한다. 어찌하여 우리는 나라를 통째로 넘긴 왕조에서 만들어졌던 체제와 풍습을 계속 고수할까? 우리는 여전히 "세종"이 아니라 "세종 임금님"이라 칭하고 벼슬살이를 했던 자들을 아무개 선생이라 부른다. 그리고 여전히 족보를 중시한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도 차례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고 하지만, 기제사를 지내는 나라는 한국뿐인 것 같다. 기제사는 유교에 의해 확립된 것이고, 유교는 왕실과 사대부가 도입한 것이니, 나라를 잃었을 때 배신당한 백성들은 유교적인 것들을 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했어야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인간에게 신앙은 필연적이고, 기제사가 전통이 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유일신을 숭배하는 것이나 죽은 조상을 모시는 것이나 나는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든 겪어보지 못한 것을 공감하기 어렵다. 외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갖는 정체성 문제가 어떤 것인지 나는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급우들 무리에 끼려고 안간힘을 쓰는 하루키에게 모자수가 말한다. "왜 그렇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는 거지?" 노아는 가족을 떠나 자살할 때까지 16년 동안 자신이 조선인임을, 심지어 그의 아내와 아이들에게까지, 철저히 숨기고 살았다. 나라를 넘긴 임금과 우리의 조상을 떼어놓고 대하는 모순적인 인식이 가능하다면 정체성 문제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의 일부가 부정당할 때 하지만 그런 모순적 인식을 스스로 허용할 수 없을 때, 문제의 부분을 도려내고 싶지만 가능하지 않을 때, 정체성 문제가 그런 것일까?

    노아의 생부인 고 한수는 야쿠자였다. 노아는 자신이 야쿠자의 아들이라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는데, 나는 그런 노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고 한수가 야쿠자인 것을 모르는 척 그가 대주는 돈만 받고 편하게 살 수도 있지 않나? 선자는 고 한수의 첩으로 사는 것을 거부했다. 선자와 노아의 그 고결함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자신의 모순적 인식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 그것이, 때때로 변절이라 불리워도,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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