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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캡션에 대하여테크니컬 라이팅 2022. 3. 25. 10:08
논문과 같은 학술적인 문서에서는, 주장 또는 증명의 근거로서, 다수의 그림, 표, 수식이 등장하고, 그 각각의 것들이 대조와 비교를 위해 언급되어야 하므로 그림 번호와 수식 번호가 필요하다. 역사 책에서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보조 자료로서 그림들이 사용된다. 그런 책에서는 대개 그림 번호가 불필요한데, 번호가 없는 캡션을 legend라고 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같은 책에서 그림들을 모조리 뺀다고 해도 그 책들의 가치가 조금도 저하되지 않는다.
이렇듯, 그림이 차지하는 지위가 책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나는 매뉴얼 같은 문서에서 그림 캡션이 필수적이라기보다 오히려 군더더기라 생각한다. 매뉴얼에서 그림들은 증명을 위한 근거도 아니고, 없어도 무방한 보조 자료도 아니다. 그것들은 그 자체로 메시지이다.
그래서 한 절에서 텍스트와 관련 그림을, 어떻게 배치하든, 하나의 정보 덩어리로 보아야 하고, 그래서 그림 캡션이 쓸데없다.
하지만 그림 캡션이 필요한 경우가 있다. 좋은 예가 부록에 포함되는 수십 장의 회로도이다. 그 경우에 절 제목은 불필요하게 많은 지면을 차지한다. 그리고 특정 도면을 보기 위해 그림 차례를 훑어보는 것은 있을 법한 일이고, 실제로 독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부품의 교체 방법을 보여주는 그림을 찾기 위해 그림 차례를 훑어본다는 것은 그럴듯하지 않다. 전체 절차를 설명하는 절을 차례에서 찾는 것이 자연스럽다.)
인디자인이 그림 캡션을 처리하는 방법이 독특하다. 이미지 파일들에 여러 메타데이터를 추가할 수 있는데, 그 중 한 가지가 제목이다. 이미지 파일에 포함된 제목을 사용하도록 캡션을 설정하고, "실시간 캡션 생성" 메뉴를 선택하면, 캡션이 만들어진다. 캡션을 수정하려면 브릿지를 이용해야 한다. 이 방식이 합리적인지 모르겠으나 "편한" 방식이라고 말하기는 어렵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림 캡션을 좀처럼 달지 않는다. 내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니라 캡션을 만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판의 관점에서 그림 캡션은 꽤 까다로운 문제이다. 레이텍은 다음과 같이 할 수 있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레이텍만큼 캡션을 잘 다루는 프로그램이 없다.)
- 그림과 캡션이 묶여 있다. (캡션이 그림과 떨어져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 "그림"을 "Figure" 같은 외국어로 옮기기가 용이하다.
- 번호가 자동으로 붙되, 번호 뒤에 구분자와 간격을 포함하여, 그 형식을 자유롭게 지정할 수 있다.
- 캡션의 길이에 따라 가운데 정렬 또는 왼쪽 정렬이 자동으로 적용된다.
- 그림 차례에 넣기 위한 짧은 캡션을 지정할 수 있다.
워드로 작업해야 하는 경우에 나는 그림 캡션이 필요해도 가급적 피하려 한다. 잔손이 너무 많이 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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