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글쓰기에서 콜론

영어 글쓰기에서 나를 거북하게 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콜론이다. 콜론의 제일 정의가 이와 같다.

A colon ( : ) is used after an independent clause to add information that helps illustrate or clarify what it says. It is most commonly used to introduce a list, but it can also introduce words, phrases, or entire clauses that complete the meaning of the clause that came before it. 

목록에 선행하는 도입 문장의 끝에, 항목들의 형태가 어떠하든, 도입 문장과 항목들의 관계가 어떠하든, 콜론이 놓인다. 이것이 거북한 까닭은, 한국어 글에서 쌍점이 그와 같은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것이 다소 과도한 장치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세미콜론( ; )이 콜론과 비슷하게 두 문장을 잇는 용도로 사용된다. 삼사십 년 전에 만들어진 책에서 세미콜론이 많이 쓰이었다. 하지만 요즘 출간되는 책에서는 세미콜론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와 비슷한 스타일의 변화를 아이폰 설명서에서 볼 수 있다.

Set up and activate iPhone. Turn on iPhone and follow the Setup Assistant

이것은 아이폰 8 설명서의 일부인데, 내 기억에, 아이폰 3과 4에서는 콜론이 사용되었었다.

Set up and activate iPhone: Turn on iPhone and follow the Setup Assistant

하지만 목록 앞에 오는 문장은 여전히 콜론으로 끝나는데, 이 역시 바뀌지 않을까? 

문자들과 문장 부호들을 포함하여 글쓰기 체계가 갈수록 복잡해지는 경향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간소해지는 경향도 있다. 8세기 이전에는 로마자에 소문자가 없었고 문장 부호도 거의 없었다.  단어들을 띄어쓰기 시작한 것도 그보다 훨씬 오래 된 것이 아니다.  반면 고대 그리스어에서 사용되던 이오타 첨자(iota subscript)와 기식음 부호가 현대 그리스어에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다. 하강세(grave accent)와 곡강세(circumflex accent) 부호도 최근인 1970 년대에 사라졌다고 한다.

우리 글처럼, 콜론을 그렇게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이 있을 것이다. 번역사가 신경쓸 바이지만, 그래도 나는, 합리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콜론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콜론은 도입 문장과 목록 사이의 밀접성과 완결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한다. 콜론으로 연결된 것들을 한 덩어리로 보라는 뜻이다. 하지만 나는 도입 문장과 목록의 항목들이 저마다 완전한 문장이라면 콜론 대신 마침표를 써도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목들이 구나 불완전한 절로 이루어진 경우에만 콜론을 쓰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