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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들만 구경하고 내려가려 했다. 여러 폭포들을 지나, 출발지인 남교리 주차장까지 5.3 킬로미터, 그리고 대승봉까지 3.3 킬로미터를 가리키는 이정표를 만나기 전까지, 딱히 대승령까지 갈 생각이 없었다. 다만 그렇게 멀지는 않다 여겼다. 하지만 두어 시간 뒤에 가까스로 능선에 도달했을 때, 실망스럽게도 그곳이 대승령이 아니었고, 1.3 킬로미터를 더 가야 했다. 잠시 숨을 고른 뒤에 300 미터를 더 갔다. 대승령까지 완만한 내리막처럼 보였지만. 돌아오는 길이 몹시 고통스러울 것 같았다.
발길을 돌렸다. 내려오는 길이, 이상하게도, 예상보다 길었다. 주차장에 이르러 내 아이폰을 꺼내 건강 앱을 열었다. 이정표대로라면 내가 걸은 거리가 15 킬로미터 안팎일 것이다. 하지만 앱이 보여준 거리는 19.5 킬로미터. 산 속의 이정표들은 대체로 믿을 만하지 않지만 설악산의 것들은 극악하다. 두 해 전에 공룡능선에서 느낀 것과 마찬가지로 속은 기분이다.'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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