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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밤에 이미 산행을 채비하여, 두 개 물병에 물을 채우고 나니 더 챙길 것이 없었다. 네 시 반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내를 깨웠다. 다섯 시 전에 출발하리라 기대하였지만, 늘 그랬듯이 그녀의 늑장 때문에 다섯 시 십 분을 넘겨서 차에 올랐다. 설악산소공원까지 가는 내내 그녀가 시체처럼 잠에 빠졌다.
여덟 시를 조금 넘겨 도착했을 때, 예상한 대로 주차장이 벌써 거의 다 채워져 있었다. 공원 입구 앞에, 기념품도 파는 식당에서 한참을 기다려 그녀가 주문한 카페 라떼를 받았다. 쌍천을 건너는 다리로 향하면서 그녀가 한 모금 마시고 내게 건넸다. 며칠 묵은 탄 누룽지에 녹은 아이스크림을 섞은 것과 같은 맛이다. 커피 기계가 고장났다 보다. 그 영감님이 만들 줄 모르든가. 주저 없이 버렸다.
비룡폭포까지 2 킬로미터 중 절반이 평탄한 데다 계곡을 따라 오르니 전혀 힘겹지 않다. 설악산에 폭포들이 흔하지만 비룡폭포처럼 곧게 떨어지는 것은 드물다. 비룡폭포에서 가파른 계단길을 400 미터 올라 토왕성폭포 전망대에 이르렀다.
저 멀리 (전망대에서 1 킬로미터 가량 떨어져 있다고 한다) 토왕성폭포가 기대보다 훨씬 웅장하다.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뒤져보니 그 길이가 무려 320 미터란다.
그녀가 좋아하는, 장사항과 동명항 사이 중간쯤에 있는, 봉포머구리집을 찾아 물회를 먹었다. 그녀가 사는 것이니 군말 없이 먹었으나, 그 값의 절반을 바다 풍경이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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