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 서류를 부치러 우체국을 찾았다. 여기에서도 직원들이 손님들에게 ``고객님''이라고 부른다. 사전을 찾아보니 高客인 줄 알았더니 顧客이 맞는 말이다. 다시 찾는 손님, 곧 단골손님을 가리키는 말이다. 요즘에는 손님이란 말을 들을 수 있는 데가 별로 없다. 고객님이란 말은 부르기에도 불리기에도 거북하고 어색하다. 왜 손님이라는 어감이 좋은 말을 놔두고 고객님이란 말을 쓰는가? 더군다나 나는 우체국의 단골손님도 아니다. 그들도 나처럼 고객이 ``귀한 손님''을 뜻한다고 생각하나?
더욱 거북한 것은 아무개 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이호재 님''이라고 부르면 닭살이 돋는다. 아무개 씨라고 부르는 것은 물론 높임말이 아니다. 누구나 마땅히 손님들을 진실하게 대해야 하지만, 손님들이 윗사람이지는 아니지 않는가? 불평등한 냄새가 나서 그런 호칭이 못마땅하다.
사람 이름에 ``님''을 붙이는 것은 종래의 어법에도 맞지 않는단다. ``님''은 연인을 가리킬 때가 아니면 신분이나 직위를 나타내는 명사 뒤에 붙어 높임을 뜻하는 접미사로 쓰인다. 내가 알기로는 고유명사에는 접미사가 붙지 않는다. 그런데 이제 하도 많은 사람들이 ``아무개 님''이라고 말하니 사전에서 님의 표제어에 의존 명사 항목이 추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