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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이름짓기에 전혀 소질을 갖고 있지 않거나 아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음이 분명하다.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안드로이드에서 웹브라우저의 이름이 "Browser"이다. 대문자로 썼으니 이것이 고유 명사이고 그래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좀 더 극단적인 예를 갖고 생각해 보겠다.
FM radio 앱이 있다.
1. FM radio를 띄운다.
2. FM radio를 켠다.
3. FM radio를 검색한다.
4. 잡힌 FM radio를 즐겨찾기에 추가한다.
5. 다른 FM radio를 들으려면 다이얼 버튼을 누른다.다른 것들과 구분하여 FM radio 앱을 가리키려면 the를 써야 한다. 그것 말고 다른 방법이 없다. the FM radio app이라 쓸 수 있겠다. 하지만 그렇게 쓰겠다고 하면 다른 것들도 모두 the what app이라 일컬어야 할 것이다. 문제의 한 놈 때문에 글짓기가 아주 번잡해진다.
Calendar, Calculator, Camera 따위도 고유한 어떤 것을 가리키기에 너무 평이하다. 하지만 이것들은 괜찮다. 운영 체제가 제공하는 달력이나 전화기를 굳이 마다하고 다른 것을 쓸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웹브라우저는 이와 다르다. Browser라는 이름이 문제가 되는 까닭은 다양한 종류의 브라우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두 가지 이상의 브라우저를 같이 쓰는 사람도 적지 않이 있을 것이다. 나는 회사에서 크롬과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쓰고, 집에서 크롬과 사파리를 쓴다.
왜 구글이 안드로이드의 웹브라우저를 크롬이라 부르지 않을까? 진저 브레드에서는 그 이름이 Internet이었으니 개선되었다고 말해야 하려나? 만약 구글이 크롬을 Browser라고 칭했으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열린우리당" 같은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을까 싶다.
The Browser,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지 않다. 아이폰 사용자가 이 말을 (읽지 않고) 듣는다면 그는 아마도 사파리를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