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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이 "우리말 다듬기"라는 이름으로 외국어나 외래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 과정이 이런 것 같다.
1) "패딩" 같은 주제어를 제시한다.
2) 사람들이 대안어를 제시한다.
3) 사람들이 제시된 대안어들 가운데 하나를 지지한다.
4) 국어원이 다수가 지지한 대안어를 "순화어"로 선정한다.
이에 따르면 pop-up window가 "알림창"이다. 아쉽게도 적절하지 않다. pop-up이 의미가 아니라 형태를 가리킨다. 따라서 다른 대안어 "띄움창"이 의미상으로 더 맞다. 만약 팝업창의 목적이 알림에 그치지 않고 복잡한 조작을 사용자에게 요구한다면 이 이름은 아주 부적절하다.
뉘앙스까지 딱 들어맞는 우리말을 찾거나 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패딩의 순화어가 "누비옷"인데 괜찮은 것 같다. 영어권에 비해 새로운 말을 지어내는 것이 우리에게 어색하다. 아무튼 두세 가지 방식이 있을 것 같다.
1) 기존의 한자어들을 합성한다.
2) 기존의 우리말들을 합성한다.
3) 기존의 한자어와 우리말을 합성한다.언론에 의해 "누리꾼"이 제법 많이 쓰이게 되었지만, 국립국어원에서 선정한 순화어들이 얼마나 많이 널리 쓰일지 의문이다. 누군가 써야 그 말이 퍼질 것이다.
내 마음에 드는 순화어들:
DIY = 손수짜기
다크 서클 = 눈그늘
리콜 = 결함 보상
VOD = 다시보기
스포일러 = 영화헤살꾼
아이젠 = 눈길덧신
웰빙 = 참살이
치어 리더 = 흥돋움이
퀄리티 스타트 = 선발쾌투
퀵서비스 = 늘찬배달
킬힐 = 까치발구두
포스트잇 = 붙임쪽지
플래시몹 = 번개모임못마땅한 순화어들:
스키니진 = 맵시청바지
스킨십 = 피부교감
엑스파일 = 안개문서
이모티콘 = 그림말 (말그림이 낫지 않을까?)통신머리띠 (헤드셋) 같은, 한자어와 우리말로 이루어진 순화어들을 내가 반기지 않는 것 같다. 아무래도 어감이 자연스럽지 않다.
순화 대상어들의 상당 수가 순화할 필요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콩글리시가 영어로 표현하고자 의도하였으나 오해로 말미암아 생겨난 말들이라고 정의하고 본다면, "스킨십"은 콩글리시도 아니고 온전한 한국말이다. house poor가 적절한 순화 대상어로 볼 수 있겠다. "하이브리드"를 외래어로 받아들이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이 파이브"나 "해피 엔딩" 같은 말들이 사물을 가리키는 말들이 아니므로 이를 대체할 다른 표현을 찾거나 만들기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들도 적절한 순화 대상어가 아니다.
이 순화어 목록을 쭉 훑어보니 스포츠 신문에서나 쓸 법한 구어 표현들이 대부분이다. 전문 분야의 용어에 대한 고민의 기미를 찾아볼 수 없다. 폼, 필드, 팝업, 드롭다운 등 많은 컴퓨터 용어들이 있는데, 일반 사용 설명서에서 이를 음차함이 여간 거북하지 않다. 좀 더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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