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리라 내 자신에게 기대하지 않은 대로 절반에 못 미쳐 그만 보기로 했다.
우리말의 특성이 어떠어떠하다고 분석하기 어렵고 그래서 문법적 설명이 쉽게 성립하기 어렵겠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 만족해야 할 듯싶다.
문장 성분과 품사를 너무 세밀하게 쪼개 놓아 문제를 풀려다가 도리어 문제를 더 떠안은 느낌이 든다.
어말어미 > 종결 > 평서형/감탄형/의문형/명령형/청유형
> 비종결 > 연결 > 대등적/종속적/보조적
> 전성 > 관형사형/명사형
좀 더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없을까?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설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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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어에서는 주어가 잇달아 나타나는 문장구성이 있는 점도 특이하다.
9. 영희가 마음씨가 곱다.
10. 그 책이 표지가 색깔이 마음에 든다.
11. 이 곳에 모인 사람들이 노인이 많았다.
12. 달은 보름달이 밝고 크다.
13. 오늘은 내가 고기가 잘 잡힌다.
이들은 모두 서술절을 가진 예들이다. 9는 `영희가'가 주어이고, ``마음씨가 곱다''가 서술어로서 이것은 완전한 형태의 문장이 서술절이 되어 서술어의 기능을 하는 것이다. 10에서는 서술절이 이중으로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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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장들이 뭘 말하려는지는 대략 알겠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을 온전히 "말이 되는 문장"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좀 못마땅하다. 이는 내게 주어진 (정보의) 낱말들을 갖고 대략 미루어 짐작하는 사고 방식에 어떤 법칙을 부여하려는 헛된 노력처럼 보인다. 언어의 관점이 아니라 실용의 목적에서 이런 어법을 정당화하지도 말고 회피해야 할 것으로 권고하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다. 주어가 서넛이나 되는 문장을 갖고 어떻게 치밀하게 생각하고 명확하게 소통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