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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뱅크에서 이체하기
    테크니컬 라이팅 2019. 3. 4. 15:55

    테크니컬 라이팅 금언 중에 "사용자가 스스로를 바보 같다고 느끼게 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다. 카카오뱅크에서 이체를 시도하다가 내가 바보가 되었다.

    대출한 천오백만 원을 아내에게 보내려고 했다. 늘 그랬듯이 카카오톡 친구에게 보내기를 이용하려 했다. 그런데 이체 한도가 백만 원에 불과하다. 내 이체 한도를 조회하니 일회 이체 한도는 천만 원, 일일 이체 한도는 오천만 원이다. 그보다 많은 금액을 보내려면 OTP가 필요하다. 나의 시도들은 거듭 실패했고 결국 이체 한도 증액을 요청했다. 신분 확인을 위해 신분증 촬영과 영상 통화라는 번잡한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체 한도를 늘린 뒤에 불필요한 짓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이체 한도는 계좌번호로 보내기에 적용되는 것이었다. "백만 원 이상 보내려면 계좌번호로 보내기를 이용하세요"라는 메시지가 떴다면 그 삽질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얼빠진 상태에서 나는 멍청한 짓을 또 했다. OTP 카드를 신청한 것이다. 사흘 뒤에 OTP 카드를 받았다. 시험삼아 해볼 요량으로 그 OTP 카드를 카카오뱅크 앱에 등록하고 이체/송금 시 항상 이용으로 설정했다. 그런데 OTP 카드의 전원 버튼을 눌러도 디스플레이에 아무 것도 나오지 않는다. 불량인가? 그래서 1,000만원 초과 시 이용으로 설정을 되돌리려 했다. 그랬더니 OTP 인증을 요구한다. 젠장. 또 다시 신분증 촬영과 영상 통화를 거쳐 그 설정을 변경했다.

    카카오톡을 이용하여 카카오뱅크 고객센터에 문의했다. 챗봇이 엉뚱한 대답을 내놓는다. 상담원과의 대화를 요청했다. 챗봇에게 한 것과 같은 질문을 되풀이한 뒤에 올바른 답변을 받았다. "구부리듯 누르셔야 합니다." 무슨 뜻인가? 세게 눌러보니 딸깍거리며 숫자들이 나타난다. 이 얇은 카드가 딸깍 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을까? 대부분, 이미 터치 스크린에 익숙해져 있으니, 압력보다는 가벼운 접촉이 통전을 일으키리라 생각하지 않을까? OTP 카드 안내서에 "딸깍거릴 때까지 전원 버튼을 누르세요."라는 지시가 있었다면 이 바보 경험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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