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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indows를 한글로 표기하자면
    테크니컬 라이팅 2021. 5. 26. 11:35

    Windows를 한글로 어떻게 표기해야 할까? 윤여정이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뒤에 이렇게 말했다.

    "내 이름은 여정 윤이다. 유럽 사람들 대부분이 나를 '여영'이라고 부른다. 몇몇 사람들은 나를 '유정'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오늘밤 모두 용서하겠다."

    나는 한때 성과 이름을 뒤집어 말하는 것이 과잉 친절이거나 사대주의적이라고 생각했다. 성을 대문자로 표기하거나 (YI Sunsin) 성 뒤에 쉼표를 쓰는 (Yi, Sunsin) 방법이 쓰이기도 하는데, 표기법이 많아지면 그만큼 혼동이 커진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 동남 아시아(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일부 지역, 그리고 특이하게도 헝가리가 "성--이름" 순서를 사용한다. 대부분의 문화가 "이름--성"의 순서를 사용하니, 편의를 위해 그리고 기술적인 의미에서 그것을 표준으로 삼아 따르는 것이 좋다고 이제는 생각한다. 하지만 음절을 나타내기 위해 이름 중간에 하이픈(Sun-sin)을 쓰는 것은 군더더기이다. 주소도 영어로 표기할 때 역순으로 쓰는데, 그것은 별로 실용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 주소는 해외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경우에 사용되니, 우편배달부가 가장 쉽게 인식할 수 있는 방법으로, 비록 로마자로 표기하더라도 우리가 사용하는 순서로 표기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주소는 어떤 순서로 쓰든 더 좋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으니 그다지 중요하지 않지만.

    아무튼 Windows를 한글로 어떻게 쓰는지를, 사람 이름과 크게 다를 바 없으니,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물어봐야 한다. 그들이 "윈도"라고 답한다면, 못마땅해도 그렇게 써 달라고 하니 따라야 한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는 "윈도우"를 쓴 모양인데) 그들의 상품 이름을 다른 언어로 표기할 의사가 없는 모양이다. Microsoft, Windows, Office, Word, Excel, PowerPoint, ... 애플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기업이라면 게으르다 여기었을 텐데, 오만하고 불손해 보인다.

    이제 다른 데에서 답을 구해 보자. 한국어 사전에는 "윈도즈"가 등재되어 있다. 외래어 표기법의 규칙들을 살펴 보면, "윈도우스"나 "윈도우즈"가 아닌 "윈도즈"가 왜 표준이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제일 원칙(1941년 외래어 표기법 통일안 총칙)이 이와 같다고 한다.

    외래어를 한글로 표기함에는 원어의 철자나 언어적 형태의 어떠함을 묻지 아니하고 모두 표음주의로 하되, 현재 사용하는 한글의 자모와 자형만으로써 적는다.

    원래 발음대로 적되 한글 자모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에서 표기하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발음"은 우리 귀에 들리는 대로가 아니라 국제 음성 기호를 가리키는가 보다. https://kornorms.korean.go.kr/m/m_regltn.do?regltn_code=0003#a429 

     

    한국어 어문 규범

     

    kornorms.korean.go.kr

    Paris 프랑스어 발음은, 내 귀에는, "빠리"도 아니고 "빠히"로 들린다. 흔히 말하는 것과는 달리, 한글 자모로 모든 언어를 표기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P가 언어에 따라 달리 발음되며, 영어의 K가 "ㅋ"과 동일하지 않다. 가장 가까울 뿐이다. 음성 기호를 한글 자모에 짝지어 쓴다는 것까지는 이해된다. Windows의 음성 기호는 wɪndoʊz인데, ("윈도스"처럼 들리지만) 왜 "윈도우즈"가 아니라 "윈도즈"일까? "oʊ"는 "ㅗ"로 표기한다고 한다. "ʊ"는 ("u"와 비슷해 보이지만) 장음을 나타낸다. (https://www.korean.go.kr/nkview/nknews/200109/38_4.html) 장음을 나타내는 것이 한글 자모에 없고 실제 우리말에도 없으니, 무시할 수밖에 없다.

    Windows의 표준 한글 표기는 "윈도즈"이다. 한때 "표준"이라는 말에 강한 거부감을 가졌었다. 그것이 마치 "반드시 따라야 할 정답"인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언어 표준도 기술 표준과 같은 것이라고, 사람들 사이에서 혼동을 줄이고 편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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