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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명령행이란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1. 6. 18:22
자신을 소재나 주제로 삼은 글이 촌스럽기 마련이지만, 나의 경험에 대한 언급 없이 명령행 사용에 대해 논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설파하기 어렵겠다. 지난 이삼 년 동안 나의 젊은 동료들에게, 여러 예시와 함께, 명령행의 사용을 통해 자질구레한 많은 문제들을 쉽게 처리할 수 있음을 지속적으로 설득하였지만, 그들은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명령행 창을 여는 시도라도 한 이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들이 DOS를 사용해 본 경험이 없는 세대라거나, 낯선 것을 막연히 어려워한다거나, 지적 호기심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는 정도로 그들을 이해하려 했지만,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기대를 접기로 했다.
어떤 인물도, 어떤 상황도 한두 가지 요인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을 만큼 내가 늙었고, 그래서 나를 이제 더욱 객관적으로 보게 되었다. 동료들에 비해 나를 다르게 만든 데에 나의 경력이 결정적이었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보다 나의 성향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 같다.
내가, 에너지 측면에서, 빨리 방전되고 빨리 충전되는 소형 배터리와 같다는 것을 수년 전에 알아차렸다. "12 kg"을 "26.5 lb."로 바꾸는 것과 같은 단순하지만 실수하기 십상인 일을 하루 종일 하는 것은 내게 전혀 힘들지 않다. 하지만 이튿날에도, 또는 한 달마다, 그 일을 해야 한다면, 나는 꼼수를 모색하기 시작한다. 나는 인덕션 레인지에 알루미늄 냄비를 쓸 수 없는 이유나 소변이 노란 까닭과 같은 다양한 궁금증을 푸는 데에 재미를 느끼는 반면, 질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없다. 아무리 크게 감동한 영화라도 되풀이하여 보지 않는다. 장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일이 조급증이 있는 내게는 몹시 고통스럽다. 조급증은 불안을 초래한다. 여덟 시간을 요구하는 일을 일곱 시간만에 끝내면 한 시간 일찍 불안을 걷어낼 수 있다.
나의 일에서 모든 것을 스스로 익혔다. 레이텍을 비롯하여 나의 일에 필요한 지식들을 얻기 위해 전자 문서와 종이 책을 적어도 수천 페이지 읽었다. 나는 그것을 스스로 매우 대견하게 여긴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것들에 흥미를 갖고 있지 않은 내게 (스마트워치 같은 물건에 눈꼽만큼의 관심조차 없고, 집에 내 소유의 컴퓨터가 없다) 그런 책들은 내게 즐거움이 되지 않는다. The Revenant나 Pachinko 같은 역사 소설은 깊이 빠져 읽는 편이지만, A Guide to LaTeX 같은 책들은 상당한 인내심을 갖고 읽었다. 억지로나마 마쳤으니 스스로를 칭찬할 만하지 않은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한 이유는 단순하다. 일을 빨리 끝내고 싶었기 때문이다.
EmEditor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 텍스트 에디터였지만, 나는 더 빠르고 편한 찾기-바꾸기 방법을 계속 좇았다. PowerShell로는 만족스러운 wordig을 만들 수 없었는데, KARI로부터 프로젝트 하나를 맡은 것이 계기가 되어 파이선을 접하게 되었다. Wordig이 파이선으로 다시 작성되었고, 여러 기능들이 지속적으로 추가되었다. 십수 년 동안 이어진 나의 빠름의 추구가 wordig을 키워왔다. (wordig은 word와 dig을 합쳐 만든 것인데, 최초의 목적이 찾기-바꾸기라는 점에서 생뚱맞은 이름이 아니다.)
레이텍을 갖고 많은 프로젝트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ImageMagick이나 GhostScript 같은 경이로운 명령행 프로그램들을 알게 되었다. 파워셸이나 파이선으로 그것들을 조합하여 사용하는 래퍼 스크립트를 만들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미지 변환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 내가 만든 여러 스크립트 가운데 적지 않은 것들이 기대만큼 유용하지 않음을 배웠다. 스크립트를 만드는 데에 들이는 시간이 가치 있을지는 그 스크립트가 처리하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시 하게 될 일이 아니라면 수작업으로 하는 것이 낫다.
인공지능 덕분에, 기초적인 문법은 익혀야 하지만, 프로그래밍 언어를 깊이 공부하지 않고도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 구구단 따위는 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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