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티를 제외하고 면으로 된 옷을 내가 좋아하지 않는다. 폴리에스테르를 좋아한다. 구겨지지 않고 바람이 잘 통하고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가 면 티셔츠를 입기를 아내가 바란다. 절충하자는 뜻에서인지 면 티셔츠 두 장과 폴리에스테르 티셔츠 두 장을 사왔다. 그런데 폴리에스테르 옷이 티셔츠가 아니라 속옷이다. "착용감 제로의 이너웨어"라고 봉투에 씌어 있는데도 티셔츠 삼아 입을 수 있다고 그녀가 우긴다.
그러다가 문득 이너웨어라는 표현에 궁금증이 일었다. 속옷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건 분명한데 사전에 나오지 않는다.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말은 underwear이다. 옷에 관련된 말들을 사전에서 계속 찾아보았다. 외국인들과 얘기하다 보면 오해를 살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다른 의미로 옷과 관련된 외래어를 쓰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팬티가 짧은 아랫도리 속옷을 가리키고 여기에 남과 여의 구분이 없는 반면에, panties는 여자가 입는 속옷을 가리킨다. 남자가 입는 속옷을 가리키는 말은 briefs 또는 underpants이다. 티셔츠가 소매 길이에 관계없이 앞이 트이지 않은 웃옷을 가리키는 반면에 T-shirts는 소매가 짧은 옷을 가리킨다.
말이 나온 김에 이미 알고 있던, 영어와 다르게 옷을 가리키는 외래어를 꼽자면 머플러가 scarf이다. 잠바가 jumper가 아니라 jacket이고, jumper가 겉옷이 아니라 스웨터 따위의 덧옷이다. 마이가 blazer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