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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에게 CD란
    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5. 11. 13. 11:04

    "어린 왕자"에 어진 여우가 등장한다. 

    내 생활은 너무 단조롭지.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고. 닭은 모두 그게 그거고, 사람들도 모두 그게 그거고. 그래서 난 좀 지겨워. 그러나 네가 날 길들이면 내 생활은 햇빛처럼 눈부시게 될 거야. 네 발 소리는 다른 발 소리와 완전히 다르게 들리고, 난 그걸 구별할 수 있게 돼.
    다른 사람의 발 소리를 들으면 나는 땅 속에 숨지. 그러나 네 발 소리는 음악처럼 나를 굴 밖으로 불러낼 거야. 저기, 밀밭이 보이지? 나는 빵을 먹지 않아! 밀은 내게 전혀 소용이 없어. 그래서 밀밭을 봐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건 슬픈 일이야! 네 머리칼은 금빛이지. 그래서 네가 나를 길들이면 정말 놀라운 일이 생기게 돼. 금빛 밀밭을 보면, 네가 생각날 거야.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 거야
    ...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질 거야. 
    ...
    네 장미가 그렇게 소중해진 건 네가 장미에게 바친 시간 때문이야.

     

    MP3가 등장하면서 음악을 즐기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졌다. MP3 플레이어가 잠시 인기를 얻다가 오래지 않아 스마트폰으로 대체되었다. 이제는 수백 곡의 파일들을 애써 모으지 않고, 멜론이나 스포티파이가 무작위로 들려주는 것들을 감상한다. 음악이 소중한 것으로서의 지위를 잃고 배경이나 들러리로 전락했다.

    내가 어떤 곡을 진심으로 아낀다면, 청소기를 돌리면서 듣는 것이 그 곡의 가수나 작곡가나 연주가를 존중하는 방법이랄 수는 없지 않나. 이따금 CD 플레이어를 통해,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딥 퍼플의 에이프릴을 고스란히 듣는다. 내가 그것에 길들여졌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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