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협회가 개설한 ``스마트 세일즈 & 마케터''라는 강좌를 오늘 광교테크노밸리에서 들었다. 강좌 열에 두셋은 아주 형편없고, 대여섯은 그저그렇고, 아주 훌륭하다고 할 만한 것은 겨우 한둘에 불과하다. 오늘은 운이 매우 좋았다. 강사는 백승훈. 이 분의 이름을 기억해 두었다가 기회가 닿으면 들어보시길 바란다.
내가 새로이 알게 된 열쇠말 몇 가지를 여기에 정리해 보겠다.
필요: 어떤 만족의 결핍됨을 느낌
욕구: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것에 대한 바람
수요: 구매력이 뒷받침된 욕구
예를 들어 보자. 은휘의 영어 실력이 신통치 않다. 이를 메워 줘야 한다고 느끼면 그것은 필요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대안(alternatives)들이 있다. 학원, 윤선생, 개인 교습, 영어책(그것도 여러 가지), 태블릿 컴퓨터에서 쓸 수 있는 교육용 프로그램, 인터넷 강좌 등.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해서 이 대안들 중 어느 한 가지가 가장 낫다고 판단할 때 구체적인 욕구를 갖게 된다. 그 욕구를 충족시켜 줄 여러 대체품들(substitutes)이 있다. 학원이라면 먼 동네부터 가까운 동네까지 즐비하다. 다채로운 교육 프로그램과 원어민 강사들을 갖춘, 달에 백만 원을 넘게 요구하는 학원의 수요자에 애석하게도 나는 들어가지 않는다.
보라색 소:
http://en.wikipedia.org/wiki/Purple_Cow:_Transform_Your_Business_by_Being_Remarkable
휴가를 보내기 위해 가족들과 프랑스에 갔다. 차를 몰고 파리를 벗어나서 한적한 도로를 달린다. 곧이어 넓고 푸른 목초지 위에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이 나타난다. 아름답다. 그런 풍경이 계속 이어진다. 십 분이 지나고 이십 분이 지나도 장면이 바뀌지 않는다. 슬슬 감동이 시들해진다. 무료해지다가 급기야 짜증이 일기 시작한다. 그 순간 만약 보라색 소를 발견한다면?
블루 오션:
\begin{thebibliography}{9}
\bibitem{Kim}
김위찬, 르네 마보안, \emph{블루 오션 전략}, 교보문고, 2005
\end{thebibliography}
이 책을 읽어 보았지만, ``가치 혁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 않음을 오늘 강의를 통해 깨달았다. 가치 혁신은 고급화 전략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공학의 용어를 빌자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을 낮추고 가치를 높인다. 주목할 만한 것은 시장을 선도하는 동안에도 독점적 지위를 이용하지 않고 합리적인 가격 정책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후발 주자들이 설 자리가 없게 만든다.
토필드에 있으면서 풀지 못했던 의문에 대해 오늘 답을 얻은 것 같다. 토필드는 유망한 회사로 꼽혔지만 연 매출 천억 원 언저리에 머물고 있다. 성장 가능성은 내가 보기에 전혀 없다. 내부적인 갈등을 비롯한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내가 알고 있는 사실들만으로는 그 까닭을 설명하기에 부족했다.
제품 수명의 그래프와 소비자 확대의 그래프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으로 토필드를 설명해 보자. 듀얼 튜너 PVR을 처음 시장에 내놓았을 때 어얼리 어댑터들이 이를 열광적으로 수용했다. 토필드가 퍼플 카우를 만드는 데까지는 성공한 것이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는 절대 다수의 소비자들이 토필드를 선택하도록 만들려면 가치 혁신을 해야 했다. 토필드가 이에 실패했고 여기에서 주저앉았다. 핀란드에서 토필드의 시장 점유율은 육십 퍼센트를 넘을 만큼 상당했다. 핀란드에서 브랜드 파워를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광고에 상당한 투자를 해야 했다. 그 시장을 위한 제품의 개발에도 더 많이 투자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결국 핀란드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뒤에 들어온 경쟁사들과 엇비슷해졌다. 모든 시장에서, 저가 제품에서 고가 제품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리지 않고 쥐고 가려 했기 때문에 개발 자원과 투자 비용이 분산되었다. 이를 되돌릴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그렇게 하기에는 경쟁자들이 지금 너무 많다.
자사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현재의 기회와 위협을 분석하여 대응 전략을 마련하는 SWOT (strong weakness opportunity threat) 기법이 내게는 금시초문이지만 그다지 참신해 보이지 않는다. 이런 건 배우지 않고도 자연스레 따져 보게 될 일이 아닐까 싶다.
컨셉 보드라는 것이 매력적이었다.
누군가 내게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그림 한 장을 보여준다. 그 그림은 욕구와 해법을 나타낸다.
1) 별다른 설명이 없이도 나는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한다.
2) 내게 유용할 것 같냐는 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3) 사 보겠냐는 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4) 다른 사람에게도 권하겠냐는 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다.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면 서운하고 때때로 상처를 입기도 하겠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다른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아이디어를 완성해 나갈 수 있으니 실망하지 말라고 한다.
나의 회사는 재화가 아닌 용역을 제공한다. 경쟁사들이 있지만 그다지 두렵지 않다. 고객이 우리를 쉽게 버릴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를 마냥 행복해 할 수도 없는데, 왜냐하면 같은 이유로 다른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배운 마케팅 이론과 지식 중에 나의 회사에 적용해 볼 만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매뉴얼 개발 대행은 서비스업 중에서도 유별난 것이다. 내가 더 겪어 보고 공부해서 이런 분야에서의 마케팅 전략에 대해 강연하겠다고 나선다면...... 누가 들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