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tein Gaarder,
Sophie's World, Berkley, 1996
내 기억이 정확하지 않지만, 대충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강 가운데에 섬이 있다. 홍수가 나서 머지 않아 섬이 물에 잠길 터이다. 전갈이 두텁에게 자신을 태우고 강을 건너게 해 달라고 부탁한다. 너를 어찌 믿느냐고 두텁이 전갈에게 말한다. 너를 찌르면 나도 죽을 텐데 내가 어찌 그러겠냐고 전갈이 답한다. 그 말이 그럴 듯하다고 생각한 두텁이 전갈을 태우고 강을 건너기 시작한다. 강을 중간쯤 건널 때 전갈이 두텁을 찌른다.
``아니, 왜?''
``미안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나는 전갈이니까.''
소피의 세계는 서양철학사를 이야기하는 소설이다. 그러니 이 전갈의 이야기도 어떤 철학자나 철학 사조를 소개하는 대목에서 나온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물리주의'를 설명하는 한 방편으로 여긴다. 정신 현상은 물리 현상의 수반이라는 주장을 나는 지지한다. 그러니 나는 칸트의 윤리학을 실행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가 평생 금욕적인 생활을 유지했다면 혹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했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고전보다는 최신의 이론에 관심을 두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이고 통계적인 방법을 선호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낡은 것만을 답습하면 낡은 것에만 머물게 됨을 경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소개된 로버트 노직의 사상을 배우고 나니 이런 생각이 더욱 굳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