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4. 5. 12:11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차이가 뭘까? 사이코패스가 살인까지 할 수 있는 더 잔인한 사람? 이런저런 글들을 찾아봤다. Psycopath와 sociopath가 심리학에서 잘 정의된 용어들이 아니고 그래서 혼동이 있다고 한다. 타인의 권리와 안전을 유념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둘은 같다. 심리학자들은 전자는 선천적이고, 후자는 후천적이라고 보고 있다고 한다. 사이코패스는 감정 조절과 충동 억제를 담당하는 뇌의 부분이 발달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는 죄의식을 갖지 않는다. 죄의식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소시오패스는 약간의 양심을 느끼지만 그것이 분노나 욕구를 압도할 만큼 크지 않다. 둘 다 종종 폭력적이지만 모두가 폭력적인 것은 아니라고 한다. 범죄를 저지른다면 사이코패스가 훨씬 더 위험하다. 왜냐하면 사..
-
인정 (認定)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3. 31. 16:45
타인의 주목을 받기 위해 유별난 짓을 하는 사람들을 "관종"이라고 한단다. 인정 욕구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있으랴만, 누구나 "유별난 짓"을 하지는 않으니, 그것이 관종의 기준점이겠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 국가나 인종에 관계없이 누구나 인정 욕구를 갖고 있을 것 같지만 그 정도나 성격이 서로 비슷할지 궁금하다. 흔히 서구는 개인주의이고, 일본은 집단주의라고 한다. 루스 베네딕트가 "국화와 칼"에서, 서구는 죄의식 문화이고 일본은 수치심 문화여서 일본인들에게는 죄의식이 없다고 했다. 죄의식은 내재화된 도덕이고 수치심은 외재적 규범이라고 한다. 근거로 대는 이런저런 사례를 보면 그럴듯하게 들린다. 우리 의식은 둘 중 일본에 더 가까운 것 같다. 루스 베네딕트는 일본에 가본 적이 없다. 그녀는 이차대전 ..
-
불안한 삶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3. 31. 12:27
3월 25일 주진우 라이브에서 그가 박노자 교수에게 저출산 문제에 대해 물었다.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이유는 삶이 불안하기 때문이다. 근로자 셋 중 하나가 비정규직이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8%가 되지 않는데, 유럽 선진국들은 15% 내지 35%에 이른다. 수입과 지출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전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나는 현재 내 삶의 질에 만족한다. 독립하려면 몇 해 더 걸리겠지만 아이는 성인이 되었고, 부채에 비해 수입이 후하지 않으나 아내와 함께 벌고 있으니 감당할 만하다. 하지만 불안하다. 지금의 삶이 계속 유지되리라 확신할 수 없는 데에서 비롯되는 불안이다. 보수가 적더라도 오래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다른 일이 무엇일까 이따금 생각해 본다..
-
미나리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3. 4. 14:15
"미나리"가 이런저런 많은 상을 탄 까닭이 궁금했다. 개봉일에 아내와 함께 극장을 찾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인물들 사이에 약간의 거북함 또는 긴장이 계속된다. 자신의 농장을 수지맞는 사업으로 만들려는 제이콥의 고군부투가 잿더미로 바뀌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결말이 "실패"가 아니라 "아직 성공하지 못함"임은 분명하다. "6시 내고향" 같은 프로그램이 몇 달 동안 한 농부 가족의 모습을 그려낸다면 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 싶다. "잘 살아보세"의 성공담을 보여주는 TV 프로그램들이 내가 어렸을 때부터 드물지 않았다. 이민 가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살아남기 위해 또는 더 잘 살기 위해 고생하고 다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적어도 나에게는, 그다지 새롭지 않다. 특히 전후 한국인들의 다수가 그렇게 ..
-
intelligent와 intellectual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1. 1. 26. 09:40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1933~1945)이 intelligent하지만 intellectual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한다. 이 두 말의 차이가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갑론을박이 의외로 많다. 서로 더 가까운 의견들을 모아서 추려보니 이런 것 같다. intelligent는 이해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책을 통해서든 길에서든 (경험을 통해서든) 빨리 배우는 "영리한" 사람을 가리킨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모든 분야에서 그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intellectual한 사람은 (내 생각에 꼭 그럴 것 같지 않지만) intelligent한 사람인 반면, intelligent한 사람이 동시에 intellectual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 차이는 한 가지 자질에서 드러난다. 好..
-
아파트 현관문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0. 11. 16. 11:01
"대문"은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방문"은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그런데 아파트에는 문이 하나 더 있다. 아파트는 큰 건물에 포함된 여러 방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처 또는 그 건물을 말한다. 그러므로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는 문과 한 채의 아파트로 들어가는 문이 나뉘어 있다. 흔히 한 호의 문을 현관문이라 말하는데,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현관"은 건물의 주된 출입구나 그 곳에 있는 문을 가리킨다. 따라서 현관문은 아파트 건물로 들어가는 문을 가리키는 데에 쓰는 것이 합당하다. "입구"가 대안인데, 우리는 흔히 문이 있는 경우에 입구라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말은 아파트 단지로 들어가는 어귀에 어울린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고민이 덜하다. apartment gate 그리고 apartmen..
-
An Empire of Wealth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0. 10. 23. 17:07
2006년인가, John Steele Gordon이 쓴 An Empire of Wealth(부제: The Epic History of American Economic Power)를 반디앤루니스 코엑스점에서 산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에 나는 영어 능력을, 특히 쓰기를, 크게 향상시켜야 할 상황에 놓여있었다. 이 책이 흥미롭다면, 나는 역사를 좋아하니까, 영어 공부가 덜 지루하리라 기대했다. 순진하고 허황된 판단이었다. 좋은 책 같았지만, 언제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를 단어들을 찾는 데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모할 것 같았다. 결국 서너 페이지를 읽은 뒤에 서가에 꽂아두었다. 지난 몇 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한 많은 책들을 읽었다. 책을 마냥 좋아하는 것은 아니어서, 몰입해서 읽은 책들은 드물다. 무식한 사..
-
향유고래와 포경선책을 읽거나 글을 쓰거나 2020. 10. 21. 16:19
영화 "하트 오브 더 씨"에서는 에식스호를 침몰시킨 향유고래의 길이가 30 미터라고 하는데, 25 미터라고 하는 글도 인터넷에서 많이 찾을 수 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수컷 향유고래의 평균 길이가 16 미터이고, 20 미터가 넘는 것들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당시 포경선의 크기이다. 요즘에는 100 미터 넘는 배가 흔하고, 200 미터 넘는 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19세기 중엽까지 포경선의 길이는 대체로 30에서 45 미터였다고 한다. 그러니까 영화 속의 고래가 평균 크기에 불과했다고 해도 배에 충격을 가해 구멍을 뚫고 침몰에 이르게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것 같다. 공룡을 비롯한 멸종한 동물까지 포함하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 중에 가장 큰 동물인 흰긴수염고래(Bl..